안녕하세요. 핏짜 김진모입니다.
Kerstiaen de Keuninck (Flemish, Kortrijk ca. 1560–1632/33 Antwerp)
지난 토요일은 비는 없지만 바람은 많은 아주 멋진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억새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영알로 향했습니다.
영남알프스의 신불산 신불재는 우리나라 억새 명소로 세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간월재는 아마 그 다음~)
1차 목적지를 신불재로 정하고 나니 여러 경로 중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축산으로 오르기로 합니다.
저는 보통 신불산을 오를 때 신불 공룡 능선으로 오르는 것을 즐깁니다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 보다 안전한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신불 공룡 능선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가천마을 등으로 가야 하는데 명륜동에서 12번을 타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직행으로 통도사까지 와서 다시 12번으로 갈아타는 것은 번거롭기도 합니다.
노포동에서 통도사행 직행 버스(2,200원, 약 20분 간격)를 타고 잠시 안전벨트를 메고 있으면 곧(25분) 도착합니다.
통도사 신평 터미널에 도착하고 나면 바로 산행 시작입니다.
통도 환타지아를 끼고 지내마을을 지나 조금 오르면 영축산 들머리입니다.
영축산을 오르는 길은 가파른 낙동정맥(3.7km)과 조금 둘러가는 임도(4.9km)가 어우러져 있으니 취향대로 오르시면 됩니다.
물론 중간중간 낙동정맥과 임도가 계속 만나니 이끌리는대로 오르면 됩니다. 등고선의 폭이 오밀조밀 한 것이 매우 정겹습니다.
해도 없고 바람도 많이 부니 오르막을 올라도 아주 상쾌합니다.
취서산장 입구에는 배초향(방아잎)이 모여 반갑다며 흔들흔들 춤을 춥니다.
꼬리박각시 나방의 꿀 빠는 모습은 다른 날입니다.
취서산장에서 보는 구름이 멋집니다. 비는 안 쏟아지겠죠?
이 곳을 지나치면 곧 정상입니다.
정상에 오르자 때마침 만나 산객에게 사진 한 컷 부탁하며 포즈를 취해봅니다.(이 곳 영축산의 저의 시그니쳐 포즈입니다.^^V 누구든 이 포즈를 자유롭게 사용하시되 제 계좌로 500원씩 보내 주셔야합니다.)
롱다리의 비밀은 바닥창이 두꺼운 중등산화입니다~^^
지금까지 부지런히 올라왔으니 이제부터는 바람을 만끽하며 어슬렁 거리기로 합니다.
먼저 고어 자켓을 입고 어슬렁 거려야죠. 안 입으면 춥습니다.
바람은 강하고 차갑지만 그럴수록 더욱 상쾌합니다.
산을 오르기 전 기대하던 느낌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그토록 고대하던 장관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바름은 휘몰아치며 구름은 저 높은 봉우리를 희롱하듯 부드럽게 어르며 넘어갑니다.
당연히 멈춰서서 한동안 이 광경에 빠져듭니다.
이토록 강한 바람이 온 몸을 난타하듯 몰아치지만 단지 황홀할 뿐입니다.
잘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아쉬움을 남기며 조금씩 옮겨봅니다.
그리고 한참을 걷다 아쉬움에 잠시 뒤로 돌아봅니다.
역시 또 다른 장관이 날 반겨줍니다.
얼마 걷지 않은 듯 한데 저 멀리 뾰족히 보이는 영축산은 아득해 보여 더욱 반갑습니다.
몇몇 봉우리를 굽이치며 자유롭게 바람을 타고 넘어가는 운해가 넋 놓고 바라보게 만듭니다.
종종 이야기 하지만 가끔 뒤돌아 보면 기대 이상의 멋진 장면을 볼 때가 많습니다.
저 멀리 날카로운 칼과 같은 아리랑 릿지가 유혹을 합니다.
얼마나 신날까~ 다음에 보자~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신불재에 도착하였습니다.
다니는 산객은 거의 없지만 오늘의 주인공인 바람은 어디에도 있습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바람 속 억새는 파도가 되어 넘실넘실 춤을 춥니다.
저 멀리 신불의 자랑 공룡 능선은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늠름하게 날카로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장면을 상상하였기에 지금 이 곳에 왔지만 눈으로 보고 있는 이 광경은 거센 바람 소리와 더불어 전율 그 자체입니다.
아 좋다~
한동안 바람과 함께 식사를 하며 억새의 향에 취해 있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이제 그만 가야지 하면서도 계속 서성이게 됩니다.
이러한 마음이 저 뿐만은 아니었습니다.
누구든지 이 안에선 즐거움만을 쫓던 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넘치게 됩니다.
이제 휘청거릴 정도의 바람과 운해가 넘어가는 고개를 통과해야 합니다.
오르기 전 추위에 대비하여 자켓 속에 티셔츠를 더 입고 장갑도 착용합니다.
물론 티셔츠 없이도 장갑이 없어도 얼마되지 않는 길 지나갈 수 있습니다만 잠시 번거로우면 훨씬 즐겁습니다.
흐르는 운해에 들어서니 옆으로 밀어치는 빗방울로 오른편만 젖어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샌가 모자챙에 맺힌 빗방울이 뚝뚝 떨어집니다.
이 또한 너무 재미있습니다.
운해를 통과하여 신불산에 도착하니 잠시 치열했던 흔적이 무언가 뿌듯함을 느끼게 합니다.
마땅한 인증 사진이 없어 올해 초의 사진을 빌려 메꾸어 봅니다.
간월재가 보일 때까지는 짙은 안개 속이지만 여전히 즐겁게 어슬렁 거리며 갑니다.
언제 보아도 정겨운 장면입니다.
오늘은 더욱 격렬하게 반겨주기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오늘은 너까지 나를 반겨주는구나.
이제 내려 갈려니 이 바람과 함께하는 간월재가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자켓까지 벗어 던지고 마지막 목적지인 홍류폭포로 이동합니다.
얼마 전 상당히 많은 비가 내렸기에 홍류폭포의 웅장한 물소리와 퍼붓듯이 쏟이지는 물줄기가 너무나 기대되었습니다.
젠장
또랑(도랑)이야!
오늘 그 모든 것이 기대 이상이었는데...
적어도 작년 지인과 왔을 때 보았던 모습을 기대했었는데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어쨌건 오늘의 산행은 이제 마무리 해야 합니다.
웰컴센터에서 출발하는 버스 시간을 확인하니 17시 40분입니다.
현재 16시경이니 기다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산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작천정 메가마트까지 뛰었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즐거움을 이렇게 상쾌하게 마무리 하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는데 최고였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 이제 억새가 하얀 솜털처럼 날아 오를 때 다시 찾아 와야겠습니다.
그 날은 새하얀 달빛에 눈부시게 빛이 날 때까지 꼭 지켜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가장 잘 준비한 물품은 장갑이었습니다. 얼마 전 승학산 일몰 보러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손이 시린 것을 느낀 후 배낭 속에 갈무리 해 두었었는데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였습니다.
이제 배낭 속에 헤드렌턴과 함께 꼭 같이 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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