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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는 또 다른 즐거움, 인연(因緣)

핏짜 등산바이블 2014. 7. 2. 10:09

안녕하세요. 핏짜 김진모입니다.

 

한동안 산행 후기를 적지 않았습니다. 다른 일로 바쁘기도 했고 이전에 적었던 산행기 보다 더 잘 적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적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너무나 즐거운 만남을 가지게 되어 글을 올려봅니다.


그리고 제가 이번 산행에서 우연히 뵙게 된 분은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더욱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하는 마음도 큽니다.


아마 산을 좋아하시고 즐겨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이 분의 도움을 받지 아니하신 분들이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런 사람중의 하나였기에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글쓰는 것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오산종주를 해보고 싶어서 아침에 해운대로 갔습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6월 1일부터 개장했지만 아직 휴가철 분위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해수욕장답게 이제 곧 파라솔 밭도 만들어지고 사람들로 넘쳐나게 될 것입니다.

 

 

 

 

동백섬 산책코스를 한 바퀴 돌아 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듯 하여 인어상까지만 갔다가 최치원선생 동상으로 올랐습니다.

 

 

 

 

 

오산종주를 하실 분들께서는 조금 일찍 해운대에 오셔서 잠시 바다 구경도 하시고 여유가 있으시면 동백섬도 둘러보시면 더욱 즐거우실 겁니다. 기념 사진을 찍고 이제 출발합니다.

 

도로를 따라 사람 구경 차 구경 하며 운촌으로 향합니다. 평지고 그다지 멀지는 않지만 이제 여름은 여름인가 봅니다. 산행 시작도 안 했는데 이마에는 벌써 땀방울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운촌 7번가 피자를 지나 등산로 초입에 있는 평상에서 스틱도 펴고 배낭도 고쳐 메고 정비를 한 후 본격적으로 종주를 시작합니다.

 

 

부산오산종주 산행의 시작은 원래 이 곳이 들머리이니 해운대 구경에 관심 없으신 분들은 바로 여기로 오셔서 시작하시면 됩니다. 지하철 동백역에서 가깝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다시 하는 오산종주라서 살짝 긴장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겨놓습니다.

 

잠시 오르다 보니 간비오산봉수대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냥 지나치려다 보니 오늘 시계가 너무 좋습니다. 한동안 부산은 항상 뿌옇기만 해서 산을 올라도 크게 흥이 나지 않았는데 오늘은 너무 좋습니다.

 

 

사진을 몇 장 찍으며 오랜만에 보는 깨끗한 광안대교를 잠시 감상한 후 다시 장산을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날씨가 좋으니 힘이 절로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덥습니다. 컨디션이 급하게 저하되는 이상한 느낌입니다. 이전에 다니던 것과 다르게 몸이 무겁고 걷는 것이 힘들게 느껴집니다. 시작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벌써 오산종주를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고민하며 걷던 중 옥녀봉 오르막길에 접어 들었습니다. 경사가 좀 있는 곳을 오르다 보니 마음속으로 결심하게 됩니다. 


오늘 오산종주는 무리이니 쉬엄쉬엄 장산만 한 바퀴 돌고 내려가야겠다.


며칠 동안 오산종주를 계획하여 고민하며 준비했는데 아쉽지만 결정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일단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집니다.

 

옥녀봉에 올라 잠시 해운대와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여유를 가져봅니다.

 

 

 

이제 잠시 내리막을 거쳐 중봉을 올랐다가 다시 장산 정상으로 가면 됩니다. 중봉에서 장산을 향하는 길목에 있는 계단 길은 개인적으로 해운대와 광안대교를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이 곳에서 장산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습니다. 오산종주에 대한 부담은 덜어 버려서인지 발걸음 마저 가볍습니다. 장산에 도착하니 준비해온 행동식과 식사가 무겁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거리와 시간을 맞춰 수량을 준비했지만 이젠 그만큼 필요가 없으니 일단 두 개를 까먹고 내려가다 몇 개를 더 먹기로 합니다.

 

 

 

장산에서 기장, 해운대, 광안리 등을 내려보니 너무 좋습니다. 오늘처럼 시계가 좋은 날은 쭉 가면서 좋은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으리란 생각은 들지만 너무 아쉬워 않기로 합니다. 군데군데 보이는 지뢰조심 표지를 지나 장산의 자랑인 갈대밭까지 왔습니다.

 

이 곳에서 대천공원으로 하산을 하느냐 아니면 기장 방면으로 가느냐 잠시 고민을 합니다. 대천공원으로 하산하기 위해 계단을 내려서면서 아쉬움에 기장 방면 길을 보는데 누군가가 큰 배낭을 메고 힘차게 걷는 모습이 보입니다. 순간 가다가 약수물 좀 마시고 쌍다리재로 하산하자고 결심하여 그리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군사도로를 빠르게 걷다 보니 아까 제 시야에서 사라졌던 분이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등산하시는 분들이 종종 그러하듯이 스틱을 바닥에 닿지 않게 뒤로 들고 걷고 있으시더군요. 평소 산행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가급적 관심을 가지지 않는 편인데 그 모습을 보니 뭔가 한마디라도 해주고 싶었습니다. 아마 오산종주를 하기로 했다가 포기했기에 허탈한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맞으면 그 분이 가시는 곳까지 동행하는 것도 나름 괜찮을 듯 했습니다. 그래서 옆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여쭤봤습니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덥습니다.”

“안녕하세요.”

“배낭도 무거워 보이는데 어디까지 가십니까?”

“기장까지 갑니다. 허허, 어디서 왔어요?”

“예, 운촌에서 올라왔습니다.”

“어디로 가시요?”

“예, 오산종주 하려고 하다가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서 가는데 까지 갈려고 합니다.”

“오산종주 하려면 길이 어려울 텐데…”

“예, 몇 번 해봐서 길은 잘 알고 있습니다.”

“허허 그래요.”

“어디서 오셨는데요?”

“남천동에서 올라왔어요.”

“남천동에서 오셨으면 기장까지 20Km 좀 안될 것 같은데 대단하십니다.”

“허허”


걷는 모습을 보니 발 디디는 것이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얼핏 보아도 연세가 꽤 많으신 것 같은데 걸음걸이가 리드미컬하고 자연스럽게 걷습니다.


그래서 다시 여쭤보았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장거리를 가시는데, 그러면 한달에 얼마 정도 다니시나요?”

“글쎄 이보다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는데 한 달에 열 번 정도 다닙니다.”

“예? 그러면 얼추 150~200Km정도 다니시네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하지만 이 때 까지도 이 분이 어떤 분이신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J3 이야기도 하시고 감마로드 이야기도 하시기에 오랫동안 산을 타오신 선배 산악인으로만 생각했었습니다. 하하하.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장산 헬기장이 나옵니다. 그 곳 아름드리 나무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자고 이야기 하시더군요. 전 행동식으로 연양갱을 먹고 그 분께서는 떡을 드시며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오늘 오산종주를 포기한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한참을 이야기 나누다가 앞으로도 기억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성함을 여쭈었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그러자 살짝 웃으시면서 ‘준.희’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순간 놀란 척 하지 않으려고 생각하며 큰소리로 말씀 드렸습니다.


“아, 반갑습니다. 선생님. 산 다니면서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살짝 웃으시며 “아세요?” 하시더군요.


“예, 희가 사모님 성함 이시죠.”


“하하하”


하시며 떡을 드시다 말고 가방을 뒤척이시더니 사과즙을 하나 꺼내 주시더군요. 한참 어린 후배가 알아보니 기특하다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한참을 더 옛 이야기, 요즘 이야기를 즐겁게 하였습니다. 저야 그 이후로 너무나 전설 같은 분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생각에 내내 흥분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감정조절을 잘해서 흥분해 있었던 것을 들키지는 않았나 봅니다.


말씀 도중 당신이 하셨던 일들을 하나씩 이야기 하시며 혹 제가 알고 있는지 확인을 하시고 제 대답을 들으신 후에 환하게 웃으시더군요. 이후 제 목적지도 기장으로 변경되어 끝까지 동행하였습니다.


선생님의 예전 개척산행 이야기나 약수터 만드시던 이야기, 산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동행한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좀 가볍게 표현한다면 좋아하는 연예인 만난 팬과 같은 기분이라고 하면 될까요?

 

 

 

마지막으로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 같이 식사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선생님께서는 이미 선약이 있으셔서 그러지 못해 매우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기회가 또 있으리라는 생각에 즐겁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제가 만난 준.희 최남준 선생님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의 기사를 읽어보세요.

http://goo.gl/qKpYv1

 

 

마지막으로 준.희 선생님께서 너무 아름다운 길이라고 꼭 가보라고 일러주신 해파랑길의 일부인 영덕 블루로드를 소개해드리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http://goo.gl/70kb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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