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등산산행기

부산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을 두발로 걷다(부산종주)

등산바이블 2014. 8. 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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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핏짜 김진모입니다.

 

지난주 일요일(2012년 11월 18일) 부산의 북쪽 끝인 양산 다방리(극동아파트 후문)에서 시작하여 금정산, 백양산을 거쳐 엄광산, 승학산, 천마산을 넘어 부산의 남쪽 끝인 송도에 이르는 종주를 무사히 완주하였습니다. 

이를 스스로 자랑스럽게 기념하는 한편, 등산을 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제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등산 지식을 소개하여 조금이라도 건강한 등산 생활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후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걸어온 코스가 또 하나의 부산 종주 코스로 인정을 받아 많은 산우님들이 도전을 하는 기쁨이 있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1. 종주일시 : 2012년 11월 18일(일)

2. 날씨 : 맑음

3. 종주구간 :  양산 다방리 극동아파트 - 금정산 - 백양산 - 엄광산 - 구덕산, 승학산 - 천마산 - 송도

4. 종주거리 : 43Km

5. 종주시간 : 14시간

6. 참가인원 : 나홀로

7. GPS 로그 데이터 : 트랭글GPS

 

 

주말에 부산 종주를 계획하고 벌써 며칠째 마음이 들떠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시월 중순 이후 집을 나와 천마산, 승학산, 엄광산을 거쳐 백양산, 금정산 고당봉까지 갔다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어두운 시야에 계획했던 장군봉을 가지 못하고 다시 북문으로 돌아 나와 범어사로 하산한 아쉬움을 계속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다 부산 종주에 대하여 알아보니 양산시 다방리에서 시작하여 금정산, 백양산을 거쳐 각자의 선택에 따라 하산하는 코스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시월의 경험을 기억해 보면 고당봉에 도착했을 당시가 18시경이었는데, 벌써 어두워져서 비록 헤드렌턴을 가지고 있었지만 야간에 고당봉에서 장군봉을 거쳐 계명봉으로 내려오는 길이 처음이라 위험하다는 것과 준비해간 행동식의 부족함으로 인한 허기와 시월의 산속 밤바람은 생각보다 날카롭다는 생각으로 아쉬움은 컸지만 무엇보다 안전한 산행이 먼저라는 판단으로 하산을 결정하고 다시 고당봉에서 북문으로 내려와 범어사로 하산하게 되었다. 북문에서 범어사로 내려오는 하산길도 이정표에 의지한 초행길이었기에 잔뜩 긴장하며 내려왔었다. 

이 길조차도 주변이 어둡다 보니 내려오다 길이 없어서 일 이백여 미터를 되돌아 가면서 처음 계획대로 장군봉을 향하지 않고 바로 하산을 결정한 스스로를 칭찬하였었다. 여기서 어거지로 길을 찾겠다고 주변으로 헤메었으면 아마 상당한 고생을 하였으리라 짐작된다. ‘길을 잃었으면 이전 이정표로 돌아가라’는 말을 한 번쯤 새기고 있어야 되리라.

이 경험을 토대로 내가 부산 종주를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해보니, 지난 시월보다 시간이 지났으니 보다 일찍 산행을 시작해야 하겠으며, 충분한 행동식과 보온을 위한 여분의 옷이 필요하며, 금정산 구간은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반면 천마산과 승학산은 매우 익숙하니 해가 떨어지더라도 큰 위험한 상황 없이 산행이 가능하니 산행의 시작을 금정산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보다 준비를 철저히 하고 11월 4일 양산 극동아파트에서 다시 종주를 시작했다. 이 날은 뜻밖에 나와 같이 양산에서 승학산을 거쳐 하단까지 종주를 하는 산우를 만나게 되어 장군봉 근처에서부터 동행을 하게 되었다. 나는 원래 혼자서 사색하며 속보로 산행하는 타입이라 다른 사람들과 산행이 어색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지만 의외로 짧지 않은 시간동안 매우 즐겁게 산행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날 만남의 광장에서 백양산을 오르는 동안 아침부터 잔뜩 찌뿌려 있던 하늘에서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백양산 정상에 도착하니 빗발이 꽤 거칠어 졌다. 게다가 일행 중 한 분이 무릎의 통증을 호소하였기에 이번 종주는 백양산에서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벌써 두 번의 아쉬움을 겪고 난 후이기에 이번 종주에 대한 기대가 더욱 설레였으리라.


11월 16일 금요일이다. 내일 다시금 부산 종주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한다. 종주를 하기 위한 행동식과 운행에 필요한 의류와 야간 산행을 위한 헤드렌턴 등을 준비한다.

먼저 배낭, 이번 종주 역시 장시간 산행이지만 빨리 이동하는 것이 제일 목적인바 이동에 편리한 힙쌕으로 준비하였다. 처음에 힙쌕을 구입할 당시 등산용으로 가볍게 이동하기에 좋겠다는 생각으로 무심코 구입하였다. 하지만 별다른 지식이 없었기에 어깨걸이가 한쪽으로 거는 형태인 제품으로 구입하여 장시간 산행에 몹시 불리하다. 여러분들은 구입하게 되면 이러한 점을 잘 생각하여 반드시 배낭처럼 양쪽 어깨로 멜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하기 바란다. 양쪽 어깨에 멜 수 있는 하네스를 별도로 구입하려고 하였지만 아직껏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오랜기간 사용하다보니 양쪽어깨에 걸쳐메고 다닌다. 보기에는 우습게 보이지만 크게 불편하진 않다.

그리고 행동식, 이번 종주는 약 50Km, 14~15시간 예상의 긴 코스이다. 따라서 충분한 먹을 거리가 필요하다. 대충 2시간마다 행동식을 먹는다고 하면 7~8개의 행동식이 필요하다. 가장 메인이 되는 행동식은 오리온에서 나온 닥터유 에너지바이다. 40g에 197kcal의 아주 우수한 제품이다. 탄수화물, 당, 단백질, 지방 등이 운동에 아주 적합하게 들어 있는 듯 하다. 단, 아몬드, 땅콩 등의 견과류가 주인 제품이니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은 주의하여야 한다. 행동식은 운동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해 먹는 것이기는 하지만 너무 한가지만 먹는 것도 지겨울 수 있으니 다른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양갱이다. 양갱은 맛도 좋고 부드러워 먹기에 부담이 없어 좋다. 55g에 160kcal이다. 주로 탄수화물과 당분으로 구성되어있다. 행동식으로 양갱을 자주 사다보니 느낀 것인데, 마트들의 가격 장난이 너무 심한 제품 중 하나이다. 똑같은 포장에도 묶음 개수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또 같은 포장이지만 자세히 보면 용량이 다르다. 40g, 50g, 55g 등 제대로 보지 않으면 속기 쉽다. 마지막으로 점심겸 행동식으로 선택한 것은 햄이다. 햄은 포만감도 주고 염분이 많이 들어 있어 많은 땀을 흘리는 등산에 아주 적합한 식품이다. 물론 맛있다. 사실 점심으로는 김밥이 좋기는 하지만 나 같은 경우 배낭이 용량이 적은 힙쌕이다보니 오랜 시간 압박을 받더라도 흐트러지지 않는 제품이 더욱 필요했다. 이 외에도 등산용 행동식으로 건과일이나 쵸코렛, 이온음료 가루 등이 있으나 나의 준비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등산을 위한 의류는 종류가 너무 많다. 하지만 기본 기능은 동일하다. 등산시 가장 중요한 의류의 목적은 체온유지이다. 직접적인 추위(저온)로부터 보호할 수 있어야 하고, 땀이 나면 빠른 시간내에 건조시켜 체온을 유지시켜주어야 한다. 물론 바람이나 비로부터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의류들 중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의류를 선택하는 것과 등산 목적에 맞는 의류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난 평균에 비해 땀이 많은 편이고 추위를 적게 타는 편이다. 특히 하체는 추위에 매우 강한 편이다. 그리고 이번 종주는 4~5Km/h 정도의 빠른 이동을 하여햐 하므로 보다 땀을 많이 흘릴 것이다. 먼저 양말은 장시간 등반에 유리한 좀 두터운 형태의 쿨맥스 소재이다. 양말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등반 시간에 따라 여분의 양말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정 거리를 등반한 이후 양말을 갈아신는 것은 묘한 쾌감과 편안함을 준다. 바지는 나 자신이 하체 추위에 강하고, 날씨도 매우 춥진 않기 때문에 별다른 내의 없이 얇은 밀레의 쉘러 바지를 선택하였다. 쉘러 소재는 신축성과 발수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시간 움직여도 옷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 않고 땀이 나더라도 빨리 건조되어 쾌적하다. 바지에 대해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상의는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다. 난 땀이 많은 편이다. 특히 팔목 부근에 땀이 많이 난다. 이러한 종주가 아니라 20Km 정도의 단기 산행을 해보면 어깨나 등판 등은 땀이 흐르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조되기도 하는데, 팔목은 항상 젖어 있다. 아마 팔목 부근에 땀이 많이 나기도 하지만 팔 전체에서 나는 땀이 흘러 내려 팔목 부근에서 모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날씨는 비록 춥긴 하지만 쿨맥스 소재의 반팔티를 기본으로 선택하였다. 그리고, 추워지면 덧입을 컬럼비아 소프트쉘과 고어텍스 유사 소재인 옴니드라이 컬럼비아 하드쉘로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이번에 입을려고 준비한 소프트쉘이 문제다. 이 제품은 옴니shade라는 제품인데, 쇼핑몰에서 디자인과 상품소개에 바람막이 자켓이라는 소개를 믿고 구입하였었다. 이전에 입고 등산을 해보니 이 자켓은 바람막이라는 소개와 달리 완전 통풍자켓이었다. 내부가 기모처리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온효과도 거의 없고 완전 잘못 산 자켓이었다. 나중에 옴니shade라는 소재를 찾아보니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해준단다. 무슨 이런 쓰잘데기 없는 소재가 다있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버리는 대신에 어디 차양막으로나 사용해야겠다. 

옴니드라이 소재의 하드쉘은 고어텍스 유사소재라 방수, 방풍, 발수에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 자켓은 벤틸레이션을 위한 겨드랑이 지퍼가 있어서 땀이 많이 나는 환경에서 보다 유리하다. 

모자는 없으면 안된다. 특히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더욱 중요하다. 겨울철에는 가장 많은 체열을 머리로부터 빼앗긴다. 춥다고 느껴지면 외투를 껴입기보다는 모자를 쓰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그리고, 운행중 덥다고 생각되면 외투를 벗기 보다 모자를 벗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모자는 특히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 난 그냥 야구모자를 쓰고 다닌다. 

장갑은 겨울철 등산에 없어서는 안된다. 특히 나처럼 땀이 많은 사람은 여분의 장갑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장갑은 생각보다 잘 젖는다. 생각해보면 팔전체에서 나는 땀이 흘러 내려 쉽게 장갑을 적시는 것 같다. 그래서 운행중 장갑을 새 장갑을 번갈아 가며 사용할 필요가 있다. 겨울철 장갑은 윈드스토퍼나 폴라텍 소재로 만들어진 장갑이 좋다. 

그리고 요즘 많이 사용하는 멀티스카프가 매우 유용하다. 필요에 따라 넥워머가 되기도 하고, 모자가 되기도 하며 바라클라바로 사용할 수 있다. 이것도 한장보다는 여유분이 있으면 좋다. 손수건은 운행중에도 자주 사용하게 되니 배낭에 걸어두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헤드밴드로 사용하면 얼굴로 내리는 땀을 많이 처리해준다. 난 보통 등산시 손수건 두세장은 가지고 간다.

이 종주는 장시간 운행을 해야 하니 당연히 헤드렌턴이 필요하다. 헤드렌턴은 아주 밝을 필요는 없으나 신뢰성 높은 좋은 제품을 구입할 필요는 있다. 난 2000년도에 페츨 집카라는 제품을 구입하여 아직 사용하고 있는데 만족도가 매우 높은 제품이다. 특히 이 제품은 다른 제품과 달리 머리를 두르는 부분이 밴드가 아니라 실로 되어있어서 부피가 매우 작은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등산화는 장시간 등산을 하기 전에 몇 번 신어서 발에 맞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닥도 두껍고 튼튼해야 하며, 목도 발목을 가리는 정도가 좋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신발을 잘 만드는 나라다. 왠만한 메이커에서 만드는 등산화는 크게 문제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난 현재 K2에서 라이선스한 아이더의 누벅 고어텍스 제품을 신고 있는데 아주 만족한다. 창은 K2의 xgrip인데 접착력은 아주 좋은 것 같다. 누벅 제품이라 하더라도 여름에 신어본 경험으로 감히 말하자면 그렇게 덥거나 땀이 많이 나서 힘들지 않았다. 이 신발은 올해 3월경에 구입하여 지금까지 2,000Km 조금 안되게 신은 것 같은데 아주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혹여나 창갈이를 할 경우를 대비하여 K2에 문의해보니 창갈이 비용은 38,000원이고 더 상위의 제품인 mxgrip로는 갈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일단 이로서 내일 종주 준비는 다 끝났다.

내일 종주 시작인 다방리 극동아파트에서 장군봉을 오르는 길은 이정표상 4.2Km인데 계속 오르막길이다. 예상컨데 이번 종주중 가장 힘든 코스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종주 시작시 입을 옷은 반팔티셔츠에 옴니드라이 하드쉘 자켓을 벤틸레이션 지퍼를 열고 운행하기로 생각했다. 따라서 소프트쉘 자켓과 나머지 행동식 등 필요 물품은 잘 패킹해서 힙쌕에 잘 정리를 해 뒀다.

들뜬 마음에 사진을 찍어 내일 등반계획을 클럽에 올렸더니 지금 비가 오고 있단다. 그래서 창문을 열어보니 역시 비가 내리고 있다. 아침에 제발 비가 그치기를 바라며 잠이 들었었고 5시에 눈을뜨니 아주 비가 퍼붓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다시 잠들었다.
토요일 아침밥을 먹고 비가 그칠듯하여 산행을 시작할까 하다가 무리일 듯하여 동네 뒷산을 한바퀴 돌며 아쉬움을 달랬다.(천마산-승학산, 20Km)

그리고, 토요일 밤 알람을 5시에 맞춰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알람 소리가 들리자 마자 눈을 떴다. 마음이 급하다. 세수하고, 아침밥을 먹고 집을 나선다. 아침밥은 아마 종주를 끝낼 때까지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쌀밥이라 아주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집을 나선 시간은 5시 30분, 하늘은 맑지만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꽤 쌀쌀하다. 급한 마음과 쌀쌀한 날씨 덕에 지하철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지하철 도착시간은 5시 33분이다. 곧 노포동행 전철이 들어온다. 목적지는 명륜동이다. 시선집중 팟캐스트를 듣다보니 젠장 부산대학교다. 내려 건너편에서 다시 명륜동으로 갔다. 명륜동 도착시간은 6시 15분이다. 양산으로 가는 1200번 첫차는 6시 30분이다.(명륜동에서 양산 극동아파트 후문으로 가는 버스는 1200번, 1300번이다. 시간표는 http://sewonbus.com/3_1200-.php?type=1 ) 기다리는 동안 간식으로 몽셀통통을 하나 먹으며 묘한 긴장감을 즐긴다. 버스가 도착한 시간은 6시 32분, 조금 늦게왔다. 극동아파트 후문은 양산 툴게이트 나서면 첫번째 정류소다.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내린다. 시간은 6시 55분이다. 길건너편에 24시간 하는 맥도날드가 보인다. 식사를 못했거나 도시락이 필요하면 저기서 사면 되겠다는 생각을하며 드디어 종주를 시작한다.

제일 먼저 복장을 정리하고 배낭을 고쳐 맨다. 전날 생각했던 대로 반팔 짚업티에 옴니드라이 자켓이다. 벤틸레이션용 겨드랑이 지퍼도 다 열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 손수건으로 머리띠를 만들어 땀흘리는 것도 대비하고, 별도의 손수건 한 장은 사용하기 편하게 배낭의 어깨끈에 매달아 둔다. 물을 한모금 마시고, 휴대폰에 트랭글GPS를 실행시켜 트랙을 기록한다. 등산시 트랭글GPS는 봉우리마다 배지를 주고 랭킹을 기록해 등산을 더욱 열심히 하게 하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필요시 지도를 볼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난 별도로 시간을 내서 스트레칭을 하진 않는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등산을 하기 전까지 걸어가며 손목을 털고, 발목도 돌려보고, 어깨와 허리도 펴보며 스트레칭을 한다. 이렇게 쉬엄쉬엄 올라오다 보니 첫번째 이정표가 나타났다. 장군봉까지 4.2Km이다.

저번 종주시 처음 이 이정표를 보고 난 한 시간이면 올라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아주 힘차게 걸어갔었다. 그때 올라가며 얼마나 욕을 했는지 모른다. 산은 올라가다 보면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평지도 있어서 그게 잘 조화 되어야 재미있게 걸을 수 있는데, 이 빌어먹을 길은 장군봉까지 내내 오르막길이다. 그때 당시 한시간 삼십분정도 걸렸던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힘들때는 한번씩 욕을 하면서 걸으면 좋다. 스트레스도 좀 풀리고 덜 힘들다. 못믿겠으면 한번 해보길 바란다.

경험이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된다. 저번과 다르게 욕이 나오지 않는다. 길도 저번처럼 아주 고바위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아주 고생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으니 발걸음이 더욱 가벼운 것 같다.

등산시 보법은 11자와 1자가 기본이다. 평지나 내리막길에서는 11자로 자연스럽게 걷고, 오르막길에서는 1자로 두 발을 조금 교차하며 걷는 것이 안쓰던 근육을 사용하여 발의 피로도를 줄여준다. 오르막길에서 이러한 1자 보법(흔히 호랑이 보법이라고 한다)이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계단을 올라갈 때 의식적으로 각 발을 몸의 중심에 놓으면서 걸어보길 바란다. 분명 더 편안함을 느낄 것 이다. 발바닥 역시 자연스럽게 벌려지거나 오므라지게 서는 것이 아니라 11자로 똑바로 하고 걸어보라. 발을 들때는 발가락을 먼저 들어올리는 느낌으로 발의 앞부분 먼저 들고 뒷굼치를 들며, 발을 땅에 디딜때는 뒷굼치부터 닿도록 한다. 발의 앞부분을 들때는 가급적 높이 드는 것이 좋다. 그래야 나무 뿌리나 돌 뿌리에 걸리는 일이 줄어든다. 그리고 이러한 동작은 등산시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항상 의식하고 걷길 바란다. 분명 전보다 발걸음이 가볍고 리드미컬하게 걷는다는게 느껴질 것이다.

한가지 더 첨언하자면 자신의 오래 신은 신발의 밑창을 보면 발의 바깥쪽, 혹은 발의 안쪽이 더 많이 닳아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신었더라도 그 밑창의 바깥쪽과 안쪽의 차이가 적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오래 걷더라도 덜 피곤하다. 흔히 내전, 외전으로 부르는 이러한 증상은 내가 확인한 바로는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다. 이런 내전 혹은 외전이 심한 경우 새신발로 걸을 때는 어느 정도 바른 자세가 유지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신발의 밑창이 닳게 되면 자세가 더욱 기울여져서 걷게 된다. 자신의 신발 밑창의 어느 부분이 많이 닳았는지 항상 의식하고 걸을 때마다 주의를 하면서 걷는게 좋다. 매번 자신의 걸음을 의식하는게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걸을 때 자신의 앞사람의 발뒷꿈치를 보는 버릇을 들이면, 자신의 자세를 교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보법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호흡법이다. 등산을 할 때 생각보다 큰 산소를 필요로 한다. 특히 오르막에서는 더욱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한다. 단순히 코로만 숨쉬는 것으로는 필요한 산소를 모두 얻을 수 없다. 코와 입을 동시에 이용하여 호흡을 하여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도록 하자. 호흡법의 경우 두 번 들이 마시고 두 번 내 뱉는 것이 좋다느니 길게 들이 마시고 길게 내쉬는 게 좋다느니 또는 발걸음 한 번에 들이 마시고 또 한 번에 내쉬는 것이 좋다라는 등 여러 의견들이 많다. 하지만 내가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긴 시간을 등산하면서 한 가지 호흡법으로만 이용하지 않았다. 경우에 따라 앞에서 언급한 모든 호흡법을 다양하게 사용했던 것 같다. 하지만 특히 신경 썼던 부분은 숨을 들이 마신 만큼 충분히 내뱉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보법과 마찬가지로 호흡법도 리드미컬하게 하여야 한다. 그래야 오랫동안 무리 없이 지속할 수 있다.

그리고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오르막을 오를 경우 몸이 앞으로 조금 기울여 걷게 되지만 평지나 내리막에서는 항상 몸을 바로 펴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걸으면서 종종 팔, 어깨, 허리, 다리 등 모든 부분을 조금씩 스트레칭하는 것이 좋다.

등산할 때 또한 주의하여야 할 점은 발을 내디딜 때는 그 위치가 안전한가 확인 하는 것이다. 낙엽이나 얼음, 진흙길 등이라 미끄러지지 않을지, 내딛는 위치중에 가장 안전한 위치가 어딘지 계속 확인하며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그리고 시선은 발밑을 항상 주시 해야하지만 또한 조금 더 앞을 보아야 한다. 산길은 항상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그래서 그 여러 갈래길 중 어디가 가장 짧은 거리이며 안전한 길인지를 잘 판단하고 걸어야 한다.

등산시 또하나 중요한 것은 스틱을 이용하는 것인데, 난 스틱을 사용해 본 적이 없어 조언을 해줄 수 가 없다.

장군봉을 향해 삼십 여분 거친 숨을 내쉬며 걷다보니 질메쉼터이다. 동네 어르신인 몇분이서 담소를 나누며 아침운동을 하는 모습이 정겹다. 비록 반팔 짚업티에 얇은 하드쉘 자켓이지만 어느덧 몸에 땀이 맺혀 있음이 느껴진다.

사실 등산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땀을 흘리지 않을 정도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래야 안전하고 쾌적하며 건강한 등산을 할 수 있다. 물론 주위 경관도 여유롭게 즐기며 등산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계획한 바가 있으니 땀을 흘리더라도 조금이라도 빨리 갈 수 있도록 길을 서둘렀다. 물론 앞서 이야기 한대로 보법, 호흡법, 자세 등에 유의하며 걸었다. 오르막을 한참 오르다 보니 아침 태양이 날 환영하듯이 비춘다. 잠시 경이로운 기운을 느꼈지만, 젠장 오르막 오르느라 힘든데다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니 눈도 못뜨겠고 더워죽겠다. 

길을 걷다보니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뭔가 보니 이른 아침에 내린 서리가 얼었나보다. 일부러 서리가 얼어 있는 부분만 밟고 지나간다. 계속 느껴지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내가 이 길을 지나가는 첫 사람임을 일깨워줘서 즐겁다. 장군봉으로 가는 길목에 기나긴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오르다 잠시 뒤돌아 보며 지나온 길과 양산 시내를 감상하며 물을 마신다.

등산을 하며 마시는 물과 먹는 행동식은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파져서 먹는 것이 아니다. 항상 습관처럼 마시고 먹어야 한다. 목이 마르다고 느낀다면 벌써 탈수 증세가 왔다고 생각하여야 한다. 또한 행동식은 먹자 마자 필요한 에너지로 변환되지 않는다. 자주 물을 마시고 시간을 정해두고 행동식을 먹도록 하자.

오늘의 첫 산객으로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산길을 걷다 보니 즐겁기도 하고 무언가 기원을 해야 할 경건함을 느꼈다. 한참을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항상 현명하게 살아 가기를 기원하며 걸었다.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덧 몸은 땀으로 젖었고, 장갑은 축축하다. 모자를 벗어 배낭에 갈무리하고 장갑도 벗어 배낭에 갈무리 했다. 여유분의 장갑을 가져 왔어야 하는데 미처 가져오지 못했다.

종주를 시작한지 1시간 38분, 드디어 장군봉에 도착했다. 정상석을 기념삼아 촬영하고, 서둘러 고당봉을 향해 발걸음을 빨리 했다. 조금만 가면 약수터가 있기에 가지고 온 물을 다 마시고, 에너지바를 하나 꺼내들었다. 행동식을 먹는데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먹는 것보다 오래 씹어 먹는 것이 좋다. 그래야 소화도 잘되고, 보다 빨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로 변환된다.


장군봉에서 고당봉으로 가는 길목에 아주 좋은 약수터가 있다. 등산시 약수터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등산시 물을 무한정 들고 갈 수도 없고, 물을 너무 아껴 가면서 마시게 되면 쉽게 탈수증이 올 수 있다. 충분하게 물을 마시되 적당한 양을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군봉에서 고당봉을 거쳐 동문, 만덕고개, 만남의 광장까지는 오르막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이 평지와 내리막이다. 앞서 오르막과 평지의 보법 등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는데, 이젠 내리막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자.

내리막은 오르막이나 평지를 걸을 때 보다 훨씬 많은 주의를 요하여야 한다. 신발끈은 일반적으로 오르막을 오를때 보다 좀더 조여 발이 신발안에서 혼자 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내리막을 걷기는 매우 까다로운데, 일반적으로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속도가 빨라지고 이로 인해 몸이 받는 하중도 더욱 커지게 되며, 발목, 무릎, 허리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또한 빨라지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발에 힘을 많이 주게 되면 역시 큰 힘이 들게 되고 각 관절부위에 무리를 줄 수 밖에 없다. 

일반적인 내리막길을 걷는 방법을 이야기하자면 먼저 발을 내디딜 때는 미끄러지지 않는 곳을 잘 찾아서 내디뎌야 한다. 낙엽, 자갈, 물기가 있는 곳 등은 잘 피하고 발을 잘 받칠 수 있는 편평한 암석이나 두터운 나무뿌리 등을 잘 이용하는 것이 좋다. 발을 내디디고 나면 그 발에 힘을 주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충분히 대비하고 다음 발을 내디디도록 한다. 또한 미끄러지는 것을 대비해 주위의 나무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이때 마른 나무나 가는 나무는 부러질 수 있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나무를 잡고 이동한 뒤 손을 놓을 반동에 의해 뒤의 사람에게 부상을 입힐 수도 있으니 항상 주의하여야 한다. 또한 나무를 잡을 때 가지가 조금 튀어 나온 부분을 잡지 않도록 주의하자. 항상 장갑을 착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보폭은 평상시 보다 좁게 하여 걷는 것이 좋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내리막길을 걷는 방법이다. 이후 서술하는 글은 내가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 이용하는 방법인데, 전혀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므로 따라하기 전에 심사숙고 하길 바라며 조금이라도 각 근육 및 관절에 무리가 온다고 생각되면 행하지 않길 바란다.

내리막길 역시 발을 디디는 순서는 뒷꿈치가 먼저 닿고 앞꿈치가 닿도록 한다. 발을 디딜 때 무릎을 다 펴지 않고 조금 구부린 상태를 유지한다. 이 때 무릎보다 무릎의 조금 윗부분 근육에 힘을 받도록 한다. 발바닥으로 땅을 잘 지탱하고 다리를 펴주면서 다른 발로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이때 무릎과 허벅지에 집중해보면 무릎보다 허벅지가 힘을 많이 받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내리막을 내려올 때 허벅지의 힘으로 내려온다는 느낌으로 걷게 되면 무릎에 많은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보면 자연스럽게 속도가 붙는데 속도를 줄이기 위해선 더 큰 힘을 들여야 한다. 따라서 가급적 이러한 방법으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내려오는 것이 힘이 덜든다. 그리고 앞서 소개했던 바대로 리드미컬하게 걷도록 한다.

에너지바를 천천히 먹다 내려오니 어느새 약수터다. 가글을 겸해서 물을 좀 마시고, 빈병에 식수를 채우고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중간에 갈림길이 한번 나오는데 어디로 가나 만나는 길이니 내키는 대로 간다. 숲속을 벗어나니 넘실대는 억새를 앞에 두고 고당봉이 보인다. 올라가다 보면 잠시 암벽등반 느낌을 경험할 수 있는 밧줄이 있다. 난 이 곳을 자주 와서 이젠 귀찮아서 그냥 걸어 오르는 길을 택했다. 계단을 빙빙 둘러 올라가면 하늘이 뻥 뚫린 느낌이 들 정도로 상쾌하다. 일단 고당봉 정상석으로 가서 주변 경치를 잠시 감상한다. 


시간을 확인하니 종주 시작한지 2시간 22분이 지났다. 장군봉에서 44분이 걸렸다. 한 남편 분이 아내 분을 정상석에 세우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리곤 그냥 자리를 옮기려 하기에 내가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제안하자 남편 분이 사양한다. 하지만 아내 분이 찍어 달라고 한다. 남편 분의 아이패드를 받아 사진을 찍어 준다. 이렇게 산에 올라와서 다른 사람의 사진을 찍어 주는 것이 등산시 하는 또 다른 취미 생활이다.

갈길이 머니 서둘러 북문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올라오는 등산객을 피해 내려오니 어느새 북문이다. 고당봉에서 20분이 걸렸다. 약수터에서 물을 보충하고 바로 출발한다. 동문 부근에 약수터가 하나 더 있지만, 동문을 지나면 만남의 광장까지는 약수터가 없다. 

원효봉과 의상봉을 지나 동문을 향해 간다. 주위의 경치도 살짝 구경을 하며 길을 서두른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제법 긴 계단들이 나온다. 난 이렇게 계단이 늘어진 길을 아주 좋아한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한 칸, 혹은 두 칸 단위로 뛰어내려가는 것이 재미있다. 이 때 역시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것처럼 허벅지로 내려온다는 느낌으로 뛰어야 한다. 때로는 통통 튀면서 스트레칭도 겸한다. 

내키는 대로 오다보니 벌써 동문이다. 지금까지 3시간 30분이 걸렸다. 좀 걷다 보면 버스가 다니는 도로가 나온다. 길을 건너 대륙봉을 지나 만덕터널로 향한다. 대륙봉을 지나며 에너지바를 한 개 먹었다. 역시 맛있다. 쇠미산을 지나면서 잠시 생각을 해본다. 금정산이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 금정산을 지난건지 아직 금정산 줄기에 있는 건지 궁금하지만, 중요하진 않다. 지금은 그냥 산을 타는 것이 즐거울 뿐이다. 

쇠미산을 지나며 점심으로 준비한 햄을 먹었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짭잘하면서 너무나 맛있었다. 내가 커다란 햄을 먹으며 걷는 모습이 어색한지 흠칫 놀래는 분들이 몇 몇 있다. 이런 먹다 보니 너무 많이 먹었다. 200g 정도만 먹을려고 했는데 300g도 더 먹은 것 같다. 너무 배가 부르다. 물을 마시고 길을 재촉해 드디어 만남의 광장에 도착했다.

만남의 광장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12분, 출발한지 5시간 17분만이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점심 식사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난 배가 너무 불러 전혀 부럽지 않았다. 한 쪽에서 마시고 있는 막걸리는 부러웠지만, 산을 탈 때는 술 욕심을 내면 안된다. 안전이 제일이다. 여기서 백양산을 완전히 넘어 갈 때 까지 마땅히 갈만한 약수터가 없다. 백양산 정상에서 좀 지나 내려가는 곳에 약수터가 있지만 오르내리기엔 좀 힘들다. 이 곳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잠시 쉴까 하다가 컨디션이 좋은 것 같아서 그냥 백양산을 오르기로 한다. 

여기서 불태령 가는 길이 좀 가파르다. 그래도 지금은 컨디션이 좋으니 별생각없이 올라간다. 오르는 도중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고당봉이 보인다. 장군봉은 어디 숨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고당봉을 시작해 지금까지 온 종주코스를 눈으로 그려보니 아주 뿌듯하다. 저 먼길을 걸어왔다니 너무나 즐겁다. 불태령에 오르자 바람은 많이 불고 있지만 햇살도 따뜻하고 몸에서 땀도 많이 난다. 팔목에서 나는 땀들이 흘러내린다. 하드쉘을 벗자니 춥고 해서 팔부분을 걷어 올렸다. 쟈크는 열수 있는 만큼 열었다. 햇살에 눈이 부셨지만 모자도 벗어 배낭에 메었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벌써 백양산 정상이다.

백양산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13시 32분, 출발한지 6시간 37분만이다. 오늘 산행을 시작한지 처음으로 의자에 앉아 쉬기 시작했다. 물을 마시고, 연양갱을 하나 먹었다.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다. 양말을 갈아신으니 아주 상쾌하다. 짚업티를 바지 안으로 넣어 입고 있었는데 이렇게 겹쳐 있으니 땀이 더욱 안빠지는 것 같다. 그래서 밖으로 꺼내고 다음엔 처음부터 꺼내 입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아주 획기적인 스트레칭 방법을 하나 소개하겠다. 내가 이렇게 장거리 산행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아주 효과적인 스트레칭이다. 지금껏 산을 다니면서 단 한번도 이런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그래서 감히 핏짜레칭으로 명명하고 싶다. 이 스트레칭은 등산중 필요한 스트레칭을 찾다가 아주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너무 효과가 커서 깜짝 놀랐었다. 먼저 의자에 똑바로 앉는다. 오른발을 왼쪽 허벅지로 올린다. 팔을 앞으로 뻗고 상체를 숙인다. 땅을 바라보며 열까지 센다. 다시 똑바로 앉는다. 이번엔 반대로 한다. 이를 세 번에서 다섯 번 정도 반복한다. 처음하게 되면 허리와 대퇴부가 아주 뻑뻑한 느낌이 들고 뻗은 팔이 땅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반복하면 이런 뻑뻑한 느낌은 사라지고 상쾌하며 어느새 팔이 땅에 닿을 정도로 몸이 부드럽게 변해 있을 것이다. 이 상태로 등산을 시작해보자 아침에 처음 등산을 시작했을 때 처럼 몸도 발걸음도 매우 가벼울 것이다. 물론 피로가 쌓였기에 지속시간은 처음 등산을 시작했을 때 만큼 길게 가지 않는다. 하지만 산행 도중 한 번씩 이렇게 핏짜레칭을 해보자. 이전보다 훨씬 많은 거리를 가볍게 걸을 수 있을 것이다.
핏짜레칭 : http://blog.naver.com/jmkimz/120211196346​

백양산 정상에서 앞으로 가야할 길을 본다. 저 멀리 엄광산이 보이고 그 너머 승학산 기상대가 보인다. 아주 까마득하다. 아직 갈길이 멀다는 사실에 잠시 침울하다. 어쨌거나 양말도 갈아신고 스트레칭도 하고 나니 몸이 아주 상쾌하다. 따뜻한 햇살에 시원한 바람을 친구 삼아 길을 재촉한다. 상쾌한 기분에 백양산 정상에서 애진봉 가는 계단길도 즐겁다. 애진봉, 유두봉, 삼각봉을 지나 탑골약수터로 내려왔다. 시간은 14시 42분, 7시간 47분이 지났다. 물을 보충하고 아침부터 입었던 집업티를 벗고 소프트쉘로 갈아입었다. 다음에는 집업티를 갈아입을 만큼 여분을 가지고 다녀야겠다. 길따라 주례시내로 내려간다. 내려가며 몸상태를 점검해본다. 특별히 안좋은 부위는 없다. 하지만 피로가 좀 쌓이긴 했다. 에너지바를 먹으며 엄광산으로 향한다.

내려올만큼 내려와서 다시 올라갈려고 하니 참 힘들다. 올라가다 의자가 보여 잠시 쉬며 핏짜레칭을 하며 에너지바를 먹고 오늘 걸은 길을 잠시 회상한다.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산을 너머 승학산과 천마산을 지나 송도에 도착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생각만으로 짜릿하다. 다시 힘을 내어 걷는다. 엄광산 올라가는 임도다. 반대편에서 넘어 올 때 이 임도는 내리막길이라서 정말 거침없이 내려왔는데, 올라갈려니 힘들다. 아침에 출발할 때 해가 떠오르던 것과는 반대로 저 멀리서 붉게 물든채 사라져간다. 이제 곧 엄광산 정상인데 조금만 서두르면 정자 뒷편으로 사라져가는 저 아름다운 노을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발은 전혀 서두르지 않는다.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17시 19분, 10시간 24분이 지났다. 잠시 사라져가는 노을을 보다 걸음을 서두른다. 여기서 내려가는 길은 계단이 많은데 조금만 더 어두워지면 빨리 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엄광산을 거의 벗어날 때쯤 팬티가 사타구니를 자극해서 너무 쓰라리다. 아마 땀에 젖었다 말랐다 하면서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다보니 상처가 생긴듯 하다. 이 상태로 서너시간 더 산행하는 것은 무리라 생각되어 팬티를 벗어 버렸다. 조금 걷다보니 쓰라림이 사라졌다.

이제 승학산으로 올라가는 임도이다. 벌써 어두워졌지만 원체 많이 다닌 길이고 산속의 어둠을 좀 즐기고 싶어서 헤드렌턴은 끄고 걸었다. 

어둠에 찬바람이 불고 있기에 어느새 모자에 후드까지 덮어쓰고 걷고 있었다. 갑자기 하품이 났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신호다. 잘 모르는 산을 걷고 있었으면 빨리 하산길을 찾아야겠지만, 다행히 잘 알고, 목적지가 머지 않았기에 정신을 가다듬고 연양갱을 먹으며 잠시 야경을 본다. 

우리집은 천마산을 지나가지 않고 까치고개에서 돌아나가면 멀지 않다. 피곤하니 굳이 천마산을 지나 송도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혹은 천마산까진 올라가서 송도는 눈으로만 보면 간 것과 같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목적지가 송도인데 가긴 가야지하는 여러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승학산을 하산하여 동주대학교다. 시간은 19시 4분, 12시간 10분만이다. 

마지막 힘을 내어 까치고개를 넘어 천마산으로 올라간다. 천마산 전망대에서 마지막 핏짜레칭을 한다. 기운이 나는 것 같다. 천마산 하산길에 저 멀리 송도가 보인다. 이제 산길은 끝이 났다. 도로를 따라 걷는다. 고신대 병원을 지나 송도로 접어든다. 정겨운 바닷소리와 바다내음이 난다. 드디어 도착했다. 20시 49분, 13시간 54분만이다.


지금은 부산의 북쪽 끝에서 시작하여 현재 부산의 남쪽 끝인 송도에 도착한 성취감이 날 감싸고 있는 것이 아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만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

이렇게 홀로 산행을 하게 되면 너무나 아쉬운 것이 같이 하산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배도 고픈데 따뜻한 국밥에 소주 한 잔이 너무 생각났지만, 편의점으로 가서 맥주 한 캔을 땄다. 무사히 긴 여정을 마치고 이 자리에 서있음을 축복하며 스스로에게 건배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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