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시 : 2013년 8월16일(토) 19시30분 ~ 23시 20분
2. 날씨 : 맑음
3. 산행구간 : 범어사역 - 계명봉 - 장군봉 - 고당봉 - 북문 - 범어사역
4. 산행거리 : 12Km
5. 산행시간 : 3시간 50분
6. 참가인원 : 혼자
안녕하세요. 핏짜 김진모입니다.
지난주 다녀왔던 산행기입니다. 일주일 사이에 날씨가 많이 변했죠...^^
이른 아침과 밤에는 바람도 불고 조금 시원해진 것 같은데 아직까지 낮에는 너무 덥죠. 그래서 요즘 산행을 나서기에 고민이 됩니다. 사실 나가서 돌아다니면 또 재밌게 다닐텐데 당장 나서기가 겁나죠.
그래도 산은 가야겠고 고민을 하다가 야간 금백종주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8시쯤 출발하면 아침 6시쯤 끝날 테니 덜 더울 때 편안하게 다녀오고 아침 일출도 보고 설렁설렁 다녀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금백종주의 일반적인 들머리는 양산 계석마을입니다만 명륜동에서 내려 양산 버스를 갈아타고 들어 가야 해서 좀 귀찮습니다. 그래서 전 범어사에서 내려 경동아파트 버스정류장에 있는 들머리를 선호합니다.
제가 다녀본 바 양산 계석마을을 들머리로 다방봉, 장군봉을 거쳐 종주하는 것이나 경동아파트를 들머리로 계명봉, 장군봉을 거쳐 종주하는 것이 난이도나 거리상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양산 계석마을 들머리가 좀 더 의미는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과 같이 종주 할 때나 저 나름대로 의미 부여가 필요할 경우엔 계석마을까지 갑니다만 보통은 귀찮아서 범어사에서 시작합니다.
역시 오늘도 범어사로 갑니다. 지하철 역을 나오니 19시 30분 정도네요. 생각보다 좀 일찍 왔습니다. 사실 일찍 출발한다고 좋은게 아닌 것이 일출 시간이 5시 20분경인데 이 시간에 어디쯤 도착할지를 예상해야 일출을 제대로 볼 수 있으니 계획된 시간에 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오늘 일찍 출발한 이유는 좀 복합적인데 지난 6월 말일경 야간 금백종주를 했었습니다. 그 때 엄광산을 넘어 승학산을 갈려고 하다가 역시 귀찮아서 계림초등학교로 하산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체력이 된다면 승학산까지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엄광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기에 좀 어중간한 시간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뭐 일출 못보면 말고요~
범어사역에서 경동아파트 들머리까지 약 1Km 정도입니다. 걸어가며 스트레칭을 합니다. 손목도 풀고 목도 풀고 허리도 돌리고 가능한 한 다양하게 스트레칭을 하며 걷습니다.
경동아파트 들머리에 도착하니 벌써 어둡네요. 별생각 없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자주 다니던 길이라 어둡지만 익숙한 산길이라 별 어려움은 없습니다. 산길을 오르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니 아직 덜 찬 달이지만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경동아파트 들머리에서 계명봉, 장군봉 가는 코스는 그렇게 만만한 코스는 아닙니다. 거의 계속 경사가 급한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계명봉에 도착하여서는 다시 한참을 내려갔다가 또 지속적인 오르막을 한참 지나야 갑오봉, 장군봉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사실 금백종주는 양산 계석마을을 들머리로 오르건 이 곳 경동아파트 들머리로 오르건 일단 장군봉에 도착하고 나면 나머지 코스는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그러니 금백종주를 계획하시는 분들은 처음에 힘들다고 너무 지치시지 말길 바랍니다. 나머지는 그저 그런 길입니다.
그리고 밤에 이동하는 것은 낮에 이동하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당장 시야가 좁아지니 조금 더 피곤하게 느껴지고 걸음도 조심스럽게 걸어야 되니 속도도 좀 늦쳐지게 됩니다. 그리고 보통 산길을 가다보면 조그마한 갈림길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날이 밝을 때는 그 갈림길에서 어느 편이 좀더 안전하고 힘을 덜 들이고 갈 수 있는지 판단하면서 이동 할 수 있지만 야간에는 아무래도 먼저 눈에 들어오는 길을 주로 이용하는 편이라 조금 더 힘든 편입니다. 아무래도 헤드렌턴이 좀 밝은 것이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봉수대를 지나고 중봉을 지나 계명봉을 오르는 도중 갑자기 하품이 나옵니다. 야간에 등산을 하다보면 하품이 나오기도 하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하품이 나오는 상황을 조금 심각하게 생각합니다. 야간 등산은 생각보다 많은 긴장을 하며 등산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하품이 나온다는 것은 집중이 덜 되는 상태라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일단 하품을 하게 되면 다시금 긴장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고 행동식을 좀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계명봉에 오르고 나면 경사도가 심한 내리막이 계속 이어집니다. 시야가 좁은 야간 산행에서 내리막길은 위험합니다. 한 발 한 발 신경써서 내려가야 합니다. 그리고 야간 산행은 주간에 비해 거리가 길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좀더 쉽게 지치고 초조해질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것은 겪으면서 몸으로 익히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긴장해서 내려오다 다시 갑오봉 오르는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또 갑자기 하품이 나옵니다. 아까 이야기 했다시피 하품은 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많이 이동하지 않았는데 하품이 난다는 것은 더욱 그러합니다. 일단 행동식을 좀 먹으며 서서 왜 하품이 나오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봅니다. 낮에 오침을 좀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하품이 나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몸이 긴장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걸음을 재촉해서 갑오봉을 향합니다. 이 길도 계속 오르막이라 쉽진 않습니다. 언제 오르냐 싶은 생각으로 가도 보니 어느새 하늘이 보입니다. 좀더 힘을내 장군평원에 도착하니 바람이 너무나 시원하게 불어줍니다. 등산이란 숨이 턱턱 멎을 듯한 긴 시간의 고통을 감내하며 오르다 이렇게 잠시 강력하게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못 잊어 오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도 없는 어둠 속에서 오직 바람과 달빛 만이 나를 반겨주는 느낌은 야간 산행만의 멋입니다.
그렇게 바람을 느끼며 장군봉에 올랐다가 다시 장군샘으로 향합니다. 보통은 별 생각 없이 길 가는 데만 집중을 하겠지만 이번 산행은 계속 하품한 것이 신경이 쓰입니다. 한 번 더 하품하게 되면 하산하기로 마음을 굳힙니다.
장군샘에 도착하여 시원한 샘물을 한잔 크게 들이키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입니다. 그리고 돌아서는데 뱀이 한 마리 보입니다. 앗 올해 들어 산타면서 처음 보는 뱀입니다. 재빨리 쫓아가 인증사진을 한 장 찍고 잠시 구경합니다.
장군샘을 나와 고당봉으로 향합니다. 이 길은 그다지 어렵진 않습니다. 그냥 가볍게 길 따라 가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야간이다 보니 그만큼 심심하네요. 개인적으로 금백종주 중 가장 좋아하는 길입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 드는데다가 피톤치드가 온몸에 꽂히는 느낌이 납니다.
조용히 가다보니 또 하품이 납니다. 오늘 금백종주를 계속 하다보면 아무래도 사고 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생각해 봅니다. 고당봉에 도착하면 22시가 좀 넘을테고 북문 세심정에 도착하면 22시 30분 정도, 북문에서 범어사까지 가면 23시, 범어사역까지 가면 23시 30분 대충 서둘러 가면 지하철을 탈 수 있겠다 생각되어 서두르기 시작합니다.
고당봉 철계단을 돌아 올라서 고당봉 정상석 있는 곳을 바라보니 렌턴 불빛이 보입니다. 이 시간에 정상에서 같은 등산객을 만난다니 반가운 생각이 들어 미소가 절로 납니다. 그래서 고당봉 정상석 근처로 가보니 기대하는 산우는 없고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있네요. 그 녀석의 눈 빛을 고당봉 정상석과 함께 담고 길을 재촉합니다.
북문 세심정에 도착하여 물을 마시며 어떡할까 다시 생각해보았지만 금백종주를 계속하는 것보다는 내려가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북문에서 범어사를 가는 길은 주간에는 별로 힘들지 않지만 바위로 무질서 하게 놓여진 계단처럼 된 길이기에 야간에는 몹시 어려운 길입니다.
대충 계획한 시간에 맞춰 범어사에 도착하였습니다. 지하철 막차 시간을 생각하니 좀 서두를 필요가 있다 싶어 뛰기 시작했습니다. 계획했던 산행을 못한 것을 이렇게 뛰어서라도 풀어야죠. 숨이 차오르며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즐겁습니다.
금백은 다음에 다시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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