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등산의기초

종주산행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1/5)

등산바이블 2014. 9. 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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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핏짜 김진모입니다.

오늘은 종주산행에 대하여 제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종주산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종주산행이란 일반적으로 산과 산을 넘나들며 장거리를 장시간 동안 산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종주산행중 유명한 것은 서울의 불수사도북, 지리산 화대종주, 부산의 오산종주 등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 40Km 이상의 장거리 산행으로 단지 등산좀 해봤다는 수준에서 무턱대고 도전하여 성공할 수 있는 쉬운 산행은 아닙니다.


장거리와 장시간의 부담은 산길의 난이도와 별도로 많은 준비를 요구합니다.

아주 단순하게 자신의 평균 산행 속도가 2Km/h 정도라면 45Km의 불수사도북의 경우 쉬는 시간 없이 23시간이 걸립니다. 쉬는 시간을 포함하게 되면 25시간 이상이 걸리겠죠. 그리고 단시간 산행에서의 평균 속도는 장시간 걷다 보면 지치며 느려지게 마련이기에 속도는 더욱 떨어져 이런 기대시간보다 더 많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내가 길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죠. 자주 다니던 산길이야 큰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하겠지만 이 길도 주간과 야간의 차이가 생각 이상입니다. 더군다나 초행길 같은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흔히 알바라 이야기하는 산길을 잘못 드는 경우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시간, 체력, 의욕을 한방에 보내버릴 수 있으니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 종주 산행에 리딩을 하는 선행자 없이 홀로 종주를 하거나 제대로 길을 알지 못하는 사람끼리의 동행 산행이라면 중간 코스의 사전 답사는 필수입니다.

그리고 또 무엇이 있을까요? 등산, 그것도 종주산행은 상당한 체력을 요구합니다. 칼로리 프로그램으로 보면 1만~2만 칼로리는 그냥 소비하죠.
종주산행이 계획되면 며칠 전부터 잘 먹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당일도 충분한 식사와 휴식을 취한 후 시작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즐겁자고 시작했던 종주산행에서 지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충분한 행동식과 식수가 필요합니다. 행동식은 보통 1시간 30분이나 2시간 정도마다 한번씩 먹을 에너지바, 양갱 등 단위 질량 대비 열량이 높고 탄수화물 비율이 높은 제품으로 준비합니다. 그리고 행동식은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이 아닙니다. 적당한 거리와 시간에 따라 무조건 먹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입맛이 없어져 더욱 먹기 힘들어 질 수 있으며 위험한 순간을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행동식을 먹을 때는 가급적 오래 씹어먹고 먹고난 후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식수는 당연히 충분히 준비하여야 합니다만 배낭의 무게를 줄일 수 있도록 중간 급수 시설을 미리 확인하여 너무 과하지 않게 준비하여야 합니다. 

또한 중요한 것이 마음가짐입니다. 이 마음가짐이 무조건 완주하겠다는 의욕이 앞선 마음가짐이 아닙니다. 진행 상황에 따라 빠르게 판단하고 그 판단에 맞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종주를 계획하고 진행할 때는 반드시 완주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하겠지만 항상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비는 하여야 합니다.

흔히 종주 후기에 보이는 ‘무릎이 아팠지만 완주했다’, ‘쥐가 내렸지만 참고’, ‘탈진 하였지만 마지막 힘을 내어’ 등의 의지를 바탕으로 한 완주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묻어 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만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자칫 그런 후기는 물론이고 앞으로 더 이상 그런 산행을 할 수 없게 되었을지도 모르지요.
종주산행을 하다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이하여 더 진행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를 판단하게 될 때 일반적인 등산과 달리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지나온 산행의 기록이 너무나 아까워 쉽게 포기하기 힘들게 합니다. 포기할려고 하는 그 순간 지금까지 겪은 어려움이 너무 하찮게 느껴지기도 하고 오늘 이 고생을 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다음에 또 도전할려고 하니 너무 하기 싫다거나 온갖 생각이 다 듭니다만, 판단은 신속 정확하게 하고 행동 또한 바로 취하지 않으면 쉽게 위험한 상황에 갖힐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번 적어 보겠습니다.

제가 이러한 판단을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경우는 2012년 12월 1일 부산오산종주를 두 번째 도전했을 때였습니다.

해운대 장산-산성산-아홉산-함박산-문래봉-철마산-지경고개-계명봉-갑오봉까지 약 40Km 지점까지 갔습니다. 이제 장군봉에서 고당봉을 가고 나면 계속 능선길이고 마지막 만남의 광장에서 불태령에 오르는 길을 제외하면 더 이상 어려움 없이 쉽게 완주 할 수 있는 경우였습니다. 더군다나 금백종주는 여러 차례 별어려움 없이 다녔던터라 전혀 걱정도 없었습니다. 컨디션도 완벽했고 체력도 아주 자신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계명봉을 오를 때부터 흩날리던 작은 눈발이 갑오봉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일어서자 마자 폭설로 변해 순식간에 등산로를 덮기 시작했습니다. 헤드렌턴 앞으로 떨어지는 눈은 시야를 더욱 좁게 만들었고 겁은 나지 않았지만 당황했었습니다. 그리곤 곧 눈앞에 보이는 장군봉에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잘 아는 길따라 하산하기로 결정하고 서둘러 내려오며 장군샘에 도착하여 잠시 눈을 피하며 젖은 옷을 갈아입고 손난로를 켜고 느려질 걸음에 대비하여 옷을 따뜻하게 입고 하산하였습니다.

하산길은 자주 가던 고당봉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사실 장군샘에서 조금 내려가다 오른쪽은 고당봉으로 가는 길이고 왼편은 범어사로 하산하는 길입니다. 왼편 길로 가면 훨씬 편하고 짧은 거리의 길이었습니다만,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에 익숙한 길로 가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고당봉-북문-범어사로 하산하였습니다.

범어사에 도착하기 전까진 조금 긴장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별로 느끼지 못했지만 범어사에 도착하여 하산하는 도로에서는 무사히 하산했다는 안도감도 컸지만 아쉬움, 허탈감 등이 물밑듯이 밀려 오더군요. 그리고 오산종주 재도전을 생각하니 갑갑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쨌건 그때도 지금도 이때의 판단은 아주 명확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잘못한 경우는 역시 부산오산종주 도전이었습니다. 2013년 2월 17일 여느 때와 같이 장산을 시작으로 문래봉을 지나 철마산을 가는 도중이었습니다. 약 28Km를 지난 지점인 당나귀봉 근처에서 갑작스럽게 오른쪽 무릎 바깥쪽이 발을 디딜 때 매우 찌릿한 통증을 일으켰습니다.

정말 갑작스럽게 장경인대염이 발병하였고 고생 고생 하며 철마산을 겨우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평지를 좀 걷자 조금 괜찮은 것 같아서 오산종주를 계속 진행해도 되겠다고 판단하였고 결국 이하봉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러나 걸음이 길어질수록 통증은 지속되었고 이하봉에서 지경고개를 넘어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어둠과 빗속에서 헤메다 다시 하산하면서 장경인대염으로 인한 통증으로 죽을 듯한 고생을 합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멍청한 판단이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장경인대염도 치료를 하고 별 이상이 없어서 다행입니다만 두고 두고 후회가 될만한 일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잘 판단하고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지의 한국인은 등산할 때는 잠시 멀리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리를 하자면 종주계획을 세우면 종주거리, 난이도와 나의 평속을 고려한 예상시간을 생각하여 행동식, 식수, 식사 등을 좀 넉넉하게 준비를 하여야 하며 종주 코스를 충분히 숙지 하여야 한다는 것과 종주하며 의지의 한국인이 되지 말자는 것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 종주 시 복장, 준비물 등과 기타 사항은 다음 편으로 넘기겠습니다.


궁금하신 것 질문 많이 해주시고, 이 글에 대한 피드백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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