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핏짜 김진모입니다.
영하 9도를 찍은 부산의 아침은 바람이 없어서인지 예상과 다르게 포근함을 느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동래로 가서 지인을 만나 창원으로 이동합니다.
평소 겪지 못한 영하 9도라는 날씨는 많은 분들을 집 밖으로 나서기 두렵게 했나 봅니다. 도로 위 평소보다 적은 차량은 영하 9도라는 한파가 사람들을 얼마나 움츠려 들게 하였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창원으로 가는 도중 드문 드문 쌓인 눈을 볼 수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보지 못했던 눈이라 한 편으론 반갑기도 했습니다.
창원에 들어서자 마중 나오신 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고 첫 번째 목적지인 내광사로 향합니다.
약속되었던 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해 주신 김밥으로 식사를 합니다.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왔지만 혹 서두른다고 식사를 하지 못했을까 걱정해주는 마음 씀씀이가 너무 감사합니다.
약속시간이 가까워지자 많은 분들이 모였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삼삼오오 모여 그간의 사정을 나누며 서로의 정을 느낍니다.
납골당으로 이동하여 술을 올리며 추모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모두 안타깝고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눈가에 눈물이 맺힌 분도 있습니다.
제겐 언젠가 창원에서의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당시 다른 일 때문에 동석하지 못하고 잠시 인사만 나누고 먼저 가셨던 것이 마지막 만남이었습니다.
그 날 산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길 바랬는데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했건만 더 이상의 기회를 갖질 못했습니다.
약속이 있었던 몇 몇 분과 헤어지고 정병산을 오르기 위해 창원국제사격장 입구로 이동하였습니다.
정병산은 이 곳 들머리에서부터 정상까지 약 2,000m이고 고도차는 470m 정도입니다.
arctan(470/2000)=13.22
각도는 13.22도이고 경사도는 23% 정도입니다. 쉽게 말해 '거리는 짧지만 고도가 높은 만큼 경사가 심하니 준비 잘하고 올라가야 된다'입니다.
구스 패딩은 배낭에 갈무리하고 윈드스토퍼 티셔츠와 폴라텍 파워스트레치 자켓을 입고 고어텍스 액티브쉘 자켓을 덧 입습니다. 버프에 빵 모자까지 썼습니다.
바람이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벤틸레이션 지퍼를 열고 후드를 쓴 후 출발을 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는 중 뒤에서 누군가 배고프다는 말을 합니다. 돌아보니 젊은 친구들 둘이서 해맑게 웃으며 서로 장난치며 오르고 있습니다.
배고프게 산 오르면 위험하다며 뭐라도 가지고 온거 있으면 먹으라고 하니 아무 것도 없이 왔다며 웃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배낭에서 행동식 하나 씩 꺼내줄려고 하다 배낭 풀려니 귀찮아서 일단 조심해서 오르라 그러고 계속 진행합니다.
경사가 심해지며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고어 자켓을 벗어 배낭에 갈무리 하고 복장 점검을 합니다.
마침 배낭 헤드에 넣어 두었던 땅콩이 생각나 꺼내 들고 아까 그 친구들을 기다렸습니다.
이내 즐겁게 웃으며 오르는 그 친구들을 만나 땅콩을 나눠주니 두 손으로 받으며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밝게 웃습니다.
지금 오르는 정병이, 정병산은 내광사에서 인사를 하고 왔던 그가 즐겨 찾던 곳입니다. 정상까지 22분 정도, 왕복 38분 정도였으니 그의 땀방울이 얼마나 많이 이 길에 흩뿌려져 있을지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 길에서 젊은 친구들의 밝은 웃음을 보니 제가 기억하는 그 환한 웃음이 잠시나마 겹쳐 보여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간간이 오르던 길을 멈춰 같은 시선으로 창원 시내를 내려다 보고 또한 걸었던 수 많은 산을 보며 먹먹한 가슴을 땀으로 씻었습니다.
조금씩 불어 오는 바람과 능성과 하산길에 대한 대비로 고어 자켓을 꺼내 입고 다시 복장 정리를 한 후 정병산 정상에 올라 정상석에 발을 내어 보고 사진도 한 컷 남겨 봅니다.
더 오래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도 없잖았지만 자주 생각하고 종종 찾겠다며 하산길을 서둘렀습니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수리봉을 지나 햇살 비치는 양지서에 바람을 피해 커피 한 잔씩 나눠 마십니다.
여전히 늘지 않은, 아니 퇴보한 창원팀의 유머 센스에 호탕한 웃음을 남기며 잠시 충전하고 내정병봉을 거쳐 창원역 뒷편으로 하산합니다.
가건물의 국수집에 들어서니 활활 타오르는 난로가 우리를 반기지만 산행 중에는 잠잠했던 바람이 뭐가 그리 아쉬운지 천막을 찢을 듯 세차게 붑니다.
이 날 추모한 이는 '창원손오공'이라는 닉을 쓰던 故 양충오님입니다.
산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던 그리고 사람들을 대할 때의 함박 웃음이 아름다웠던 분입니다.
1년 전 산행 중 심장마비로 안타깝게 먼저 이 곳을 떠났지만 여전히 웃는 얼굴로 여러 산들을 유유자적 다니며 즐기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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