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핏짜 김진모입니다.
작년에는 세 차례나 했던 부산오산종주를 올해는 아직 한번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 다녀와야겠다는 의무감이 가슴 한 곳에 응어리 져 답답하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번 주 초부터 고민하다 오늘 가기로 결심하고 저녁 9시에 출발하도록 합니다.
종주를 한다고 하면 예전에는 한 일주일 전부터 먹는 것도 신경 쓰며 몸 관리하고 짐 꾸리고 한동안 부산을 떨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냥 가야겠다고 생각하면 떠나는 것이 종주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종주는 요즘 공부하고 있는 장거리 산행을 꾸준히 잘하기 위해 행동식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모르모트가 되어 실험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마라톤은 비교적 많이 연구되어 참고할 자료가 많은 반면 그보다 훨씬 장거리, 장시간, 고칼로리 소모인 종주 산행에 대해서는 별로 참고할 자료가 없습니다. 따라서 마라톤, 운동생리학 등에서 습득한 지식을 정리하여 직접 적응해보고 나름의 결과를 내어 볼 계획입니다. 그런 면에서 부산오산종주는 딱 적합한 코스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한 열 번만 해보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됩니다.(완주가 열번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은 오르막을 오르는 힘든 운동(VO2max 60~80%)은 탄수화물(글리코겐)의 소비가 많으니 섭취 후 소화까지의 시간을 염두에 두어 오르막 30분전에 행동식(고탄수화물)을 먹는 것이 좋겠다는 것입니다.(중간에 먹고 소화시킬 시간이 있기에 파워젤 등의 한정된 마라톤의 행동식에 비해 다양한 행동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과 충분한 행동식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마라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상기 그래프는 고강도 운동에서는 탄수화물이 저강도 운동에서는 지방이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가정에 따라 1시간 30분전에 연양갱으로 당분과 탄수화물을 보충하고 조금 부족한 듯싶어 30분전에 찰떡파이로 좀 더 보충해 두었습니다.
들머리인 운촌경로당 앞에서 정비를 마치고 출발합니다. 여기서 장산 정상까지는 4.5km정도 됩니다.
처음에는 몸이 풀리기를 기다리며 천천히 걸어갑니다. 이윽고 몸에 땀이 조금씩 나자 속도를 높입니다.
속도를 높이기 전부터 깊은 호흡을 하며 몸에 산소가 충분하도록 신경을 많이 씁니다. 이렇게 힘들지 않을 때부터 호흡에 집중하면 속도를 높이더라도 갑자기 힘들어 지지 않습니다. 또한 평소에 3km/h 정도가 오버페이스의 경계였다면 3.2km/h 정도로 평속을 좀 더 올리더라도 무리가 되지 않습니다.
코와 입을 동시에 이용하여 충분히 호흡하고 흐름을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해 리드미컬(흡흡 후후)하게 호흡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고개를 조금 들고 호흡을 하면 보다 쉽게 깊은 호흡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세는 등이 굽지 않게 꼿꼿하게 세워야 합니다.
또한 호흡을 깊고 많이 할수록 몸의 체온 조절이 잘되어 땀을 덜 흘리게 됩니다. 땀 많이 흘리시는 분들 꼭 염두에 두고 호흡해 보도록 하세요. 일반적으로 호흡할 때와 일부러 깊고 많이 호흡을 해 보시고 땀량의 변화를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환한 달빛을 벗 삼아 걷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간비오산봉수대에 오릅니다. 손에 잡힐 듯한 광안대교 야경에 감탄하며 핸드폰으론 그다지 만족할만한 사진이 안 나올 것임을 알기에 사진 찍을 생각도 않고 지나칩니다. 짧은 내리막, 평지 그리고 또 오르막을 오릅니다.
내리막, 평지는 오르막을 오를 때만큼의 산소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충분한 호흡을 하게 되면 피로가 조금이라도 더 회복되고 앞에서 밝혔듯이 체온 조절이 잘되기에 계속 리드미컬하게 크게 호흡을 하며 걷습니다.
간비오산봉수대를 지나고 무명봉을 오르고 나자 몸이 많이 풀린 느낌입니다. 지체 없이 옥녀봉으로 향합니다.
이때 등산전에 먹었던 연양갱과 찰떡파이의 효과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전 보다 컨디션도 좋은 것 같고 야간 산행임에도 생각보다 속도가 잘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옥녀봉을 오르며 항상 그렇듯이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도록 유의하며 몸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호흡, 보법, 다음 진행 일정 등을 확인합니다. 옥녀봉을 오른 후 잠시 내리막을 지나 중봉과 장산 정상을 올라야 하니 탄수화물을 보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때 보충하는 탄수화물이 장산 정상을 오를 때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옥녀봉을 오른 후 계획대로 찰떡파이를 한 개 꼭꼭 씹으며 내리막을 내려갑니다. 오래 씹을수록 소화가 잘 될 테니 신경써서 먹습니다.
중봉 역시 가볍게 오른 후 오늘의 첫 목적지인 장산 정상으로 향합니다. 역시나 에너지는 넘치고 호흡도 고르며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어둡다 보니 잠시 길을 잘 못 들었는지 낯설어 보이는 길이 나옵니다. 당황하지 않고 돌아 나온 뒤 바른 길을 찾아봅니다. 가던 길이 바른 길이었습니다. 계속해서 정상으로 향합니다.
나무 사이로 가려져 있던 하늘이 보이며 밝은 달이 나타납니다. 찬바람과 함께 장산 정상입니다. 익숙한 부산 밤바다의 야경이 아름답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정말 깨끗한 야경인데 좋은 카메라가 없는 것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장산 정상에서 억새밭으로 향합니다. 이 때 탄수화물 보충을 위해 연양갱을 하나 먹습니다. 평소에는 지금쯤 행동식 한 개를 먹을 텐데 오늘은 벌써 네개째입니다. 너무 많이 먹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은 조금 되지만 걷기 위한 에너지가 될거란 생각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억새밭을지나 군용 도로, 헬기장, 약수터까지 내달립니다. 밝았으면 좀더 빨리 달릴 수 있었을테지만 무리해서 속도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고도 그래프>
<0.5km 단위 랩타임>
약수터까지의 산행을 요약해보면 장산 정상까지의 오르막을 상당히 잘 올라갔습니다. 장산 정상이 출발지로부터 4.5km지점이고 1시간 15분이 걸렸으니 평속은 3.6km/h로 조금 아쉽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랩타임 표를 보면 아쉬운 것이 옥녀봉에서 중봉까지 0.5km 구간이 내리막과 오르막의 반복 구간인데 옥녀봉을 오르는 속도보다 떨어진 것이 아쉽습니다.
장산 정상을 지나 약수터까지는 내리막과 평지인데 비해 평속이 6km/h로 많이 아쉽게 나왔습니다.
약수터에 도착하여 물통에 담아온 매실 원액에 약수를 부어 마십니다.(700ml) 오늘 산행 이후 처음으로 마시는 물이라 아주 좋습니다. 입안의 단맛을 없애기 위해 물을 조금 더 마십니다.(200ml) 탄수화물을 보충하기 위해 마요네즈로 드레싱한 마카로니를 좀 먹습니다. 마카로니는 삶을 때 소금을 많이 넣어서 염분 보충하기도 좋게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물을 마시고(300ml) 물통에 물을 채운 후 산성산을 향하여 출발합니다.
약수터 직후 0.5km 구간의 랩타임이 길게 나온 것은 이렇게 물 마시고, 마카로니 먹고 하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어서 입니다.
약수터에서 처음에 마셨던 매실 원액을 탄 물이 농도가 너무 짙었는지 당분을 많이 먹었을 때의 메스꺼움이 조금 있었고, 1L 가량 마신 물로 배가 너무 찬 듯하였습니다. 걸어가며 컨디션 저하를 조금 느꼈으며 약수터에서 쉬기 전보다 오히려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경험은 다음 번에 반복된 실수를 하지 않게 해 줄 것입니다.
약수터 이후 산성산까지는 오르막 내리막의 반복이지만 거침없이 나아갑니다. 하지만 아까 약수터에서의 아쉬움이 계속 신경 쓰입니다. 그래도 달빛과 바람을 벗삼아 헤드랜턴의 지시에 따라 성큼성큼 걷습니다. 이제는 야트막한 오르막 내리막이 재미있습니다.
농장의 조금은 불쾌한 비료냄새를 지나치며 마지막 산성산을 오르기 전 에너지 보충을 위해 찰떡파이 하나를 먹습니다. 지금까지 먹은 것이 많아서인지 전혀 배고픔도 에너지가 부족함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걸음도 경쾌하고 호흡도 리드미컬하며 몸 상태도 상당히 좋은 편인 것 같습니다. 현재 평속을 체크하며 1차 목적지인 철마교(33km 지점)에 도착할 예정시간을 가늠해봅니다. 목적지를 잘 정해야지 더욱 힘이 나니까요. 평속 4km/h 예상으로 8시간 30분 정도니까 아침 6시경이면 도착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러면 편의점에서 라면과 햇반으로 식사를 하고 힘을 내어 종주를 계속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저런 전체적인 상황을 생각하며 열심히 걷다 보니 어느새 산성산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 별다른 감흥 없이 쌍다리재로 하산합니다. 쌍다리재에 도착하니 14km, 3시간 15분 걸렸습니다. 평속 4.3km/h 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쌍다리재 하산 길에는 이북도민 공동묘지인 영락동산이 있습니다. 길 건너 아홉산 가는 길에는 부활동산이 있습니다. 그 동안 수 차례의 야간 산행에서도 날씨가 흐리거나 좋지 않아 월하의 공동묘지 같은 장면이 연출되지 않았는데 오늘의 밝은 달은 분위기 제대로 였습니다.
쌍다리재를 건너 아홉산으로 향하여 갑니다. 부활동산을 지나 등산로에 접어드니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등산로라 풀들이 무성하게 덮고 있습니다. 발을 디뎌보니 벌써 이슬을 많이 머금고 있습니다. 지난번 이 길을 지날 때 아침임에도 머금고 있던 이슬에 일년 좀 넘게 같이 하고 있는 등산화가 방수가 안되어 양말까지 다 젖었었기에 임시방편으로 옷 등을 패킹한 비닐을 꺼내 등산화를 감싸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풀들로 뒤덮인 등산로를 지난 후 등산화를 확인하니 기대했던 대로 비닐이 이슬을 다 막아 주었습니다. 무명봉을 오르고 잠시 지나 임도에 위치한 정자에 도착하였습니다. 앉아 야식으로 햄과 마카로니를 먹었습니다. 마카로니는 맛 있으라고 마요네즈를 드레싱 해 왔는데 약수터에서 먹을 때는 잘 못 느꼈지만 지금은 기름기 때문에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다음에 마카로니를 가져오게 되면 드레싱 없이 가져 와야 할 것 같습니다.
잠시 앉아서 컨디션 점검을 하니 벌써 피로해졌는지 좀 전에 비해 컨디션이 좋지 않음이 느껴졌습니다. 약수터에서 당(매실 원액)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섭취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탄수화물 섭취가 부족했던 것인지 섭취 타이밍이 늦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체력 이상의 속도로 달려온 것인지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한가지씩 확인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이 곳 정자에서 아홉산 등산길에 오르기 전까지 한동안 임도를 계속 가야 합니다. 예전에는 뛰어 갔었는데 오늘은 뛰어지지 않습니다. 일단 컨디션을 올리기 위해 적당한 속도로 걸으면서 호흡을 크게 하고 마인드컨트롤을 합니다.
이제 다시 등산로로 접어 듭니다. 차라리 임도보다 등산로가 걷기가 더 좋습니다.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리고 반복합니다. 아홉산을 오를 힘을 얻기 위해 연양갱 한 개를 먹습니다. 또다시 오르내리다 보니 아홉산 0.5km 표지판이 보입니다. 아홉산을 단숨에 오르고 그대로 함박산을 향해 달려갑니다.
가다 보니 뭔가 조금 이상한데 하면서 그냥 갑니다. 분명 길은 길인데 길이 아닌 듯 합니다. 한참을 가다 잘못 들어 왔음을 인정하고 예전 트랙을 찾아 확인을 해 봅니다. 한참 잘못 왔습니다. 알바를 했다고 확인 되니 힙쌕에 들어 있는 먹을 것과 옷 등을 머릿속으로 체크 합니다. 해 뜰 때까지 헤매도 위험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을 하고 천천히 길을 찾아 나섭니다.
여유를 가지고 서두르지 말고 확실하게 길을 찾아 갑니다. 머지 않아 알바 지역을 벗어나고 원래 코스로 접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상당히 많이 이 길을 걸었는데 알바는 처음입니다. 갑자기 웃음이 나왔습니다. 피곤해져서 이런 것인지 어두워서 길을 잘못 든 것인지 어쨌건 집중력이 떨어졌습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홉산에서 함박산으로 향하는 길은 조금 거친 내리막을 내려가야 합니다. 이번 여름 폭우에 이 내리막 길이 상당히 많이 깎이어 이전에 비해 훨씬 거칠어 졌습니다. 그래서 상당한 주의를 하고 내려 가야 합니다.
이렇게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지점에서 순간적으로 미끄러졌습니다. 반사적으로 옆의 나무를 잡았는데 얼마나 세게 부딪혔는지 입에서 절로 욕이 나왔습니다. 순간적으로 수습을 하고 계속해서 내려오며 몸을 점검해보니 전체적으로 별 이상은 없는데 왼쪽 어깨가 결립니다. 아마 인대가 늘어난 것 같습니다.
내리막 길을 다 내려와서 임도를 걸으며 계속 몸 상태를 점검하다 보니 오산종주를 계속할 의욕이 사그라졌습니다. 찰떡 파이 하나를 먹으며 함박산을 오를까 말까 고민하면서 걷다 그래도 함박산까지는 오르자는 생각에 함박산을 오릅니다.
함박산을 내려와서 임도를 끼고 500여 미터 돌아 들어갑니다. 이 곳에 약수터가 있습니다. 아주 잘 만들어져 있는 약수터입니다. 세수도 하고 바람 부는 야밤에 아이스커피도 타 먹고 휴식을 취하며 마카로니와 햄으로 야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합니다. 이제 오늘 산행은 이것으로 끝났으니 옷도 갈아 입고 귀가 준비를 합니다. 랩타임을 보니 거의 30분을 쉬었습니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아쉬움의 감정이 밀려오지만 애써 별 것 아니라고 무시해 버립니다. 뭐 언제든 다시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한참을 쉬고 감정을 추스른 후 집에 어떻게 갈까 체크를 해 보았습니다. 시간은 새벽 4시 30분경, 인터넷으로 확인을 하니 버스는 5시 10분은 넘어야 지나갑니다. 곰내재에서 안평역 방향으로 걸으며 버스 시간을 맞추기로 하고 신나게 걷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내려 놓으니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스마트폰에서는 90년대 인기 있었던 음악이 나오고 가벼운 옛 추억들과 함께 걷습니다.
오늘 산행으로 행동식 섭취에 대해 배운 것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오르막 30분쯤 전에 먹는 것이 좋다.(내리막과 평지에서 먹고 소화시키는 것이 오르막에서 에너지로 사용되는 듯 하다.)
둘째 당분은 적당히 먹는 것이 좋겠다.(매실 원액을 한번에 많이 먹었던 것이 컨디션 저하의 주 원인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셋째 마카로니는 좋은데 마요네즈 드레싱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넷째 탄수화물 섭취를 위해 가래떡이 좋은 대안일 것 같다.(가지고 다니기도 편하고 먹기도 편하다)
다섯째 당분은 초콜릿을 별도로 준비하면 되겠다.
이 결과를 가지고 빠른 시간 내에 다시 도전하고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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