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핏짜 김진모입니다.
연일 전국이 폭염 속에서 무더위로 인한 무기력증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오늘(8월 15일)은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 놓고 시체 놀이를 할까 하다가 노니 장독 깬다고 산이나 가보기로 합니다.
오늘의 예상 코스는 해운대 동백역 운촌 경로당에서 간비오산, 옥녀봉, 중봉, 장산, 헬기장, 약수터, 체육 공원, 기장 안적사로 정하였습니다.
그럼 산행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주의: 욕설 있음)
운촌 경로당을 지나며 오늘 계획한 코스를 다시 그려 본다.
부산오산종주 한다고 자주 다니던 코스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쉽게 그려진다.
당연히 덥긴 하지만 컨디션은 좋은 것 같다.
가벼운 오르막을 오르며 페이스를 조금 올려 본다.
금방 땀으로 온 몸이 젖어 든다.
기분이 좋다.
앞서 네 명의 일행이 더운 날씨 때문인지 담소하며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먼저 지나 갈께요.'라고 이야기 하니 기꺼이 길 한 켠을 내어준다.
'고맙습니다.'란 여운을 남기며 빠르게 지나친다..
가파른 오르막이 날 반겨주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다. 그리 힘들지도 않다. 그냥 덥다. 후끈후끈 한다.
간비오산 봉수대에 올랐으나 쉬지 않고 바로 내려간다.
짧은 내리막이지만 슬슬 뛰어 내려가본다. 즐겁다.
다시 오르막이 나오기 전까지 계속 뛰어 본다. 즐겁다.
컨디션은 여전히 좋은 것 같다. 비록 덥긴하지만...
지금 컨디션으로는 장산 정상까지는 1시간 15분에서 20분 정도, 헬기장을 거쳐 안적사까지는 1시간 40분 정도면 충분 할 것 같다. 아주 순조롭다.
대여섯 명의 산악 바이크 팀을 지나치고 속도를 조금 더 내어본다.
덥다.
그리고 심박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더운 날씨 탓인지 그 좋던 컨디션도 소용없다.
속도를 늦추며 페이스를 조절한다.
이렇게 가면 계획한 시간에 맞춰 못가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곡성의 한 대사가 머리 속에 맴돈다.
'뭣이 중한디?'
이 더운 날 무리해서 좋을 것이 뭐 있을까.
페이스 조절.
호흡 조절.
축지법.
그래도 힘들다...
옥녀봉 갈림길 도착 전 오르막이다.
옥녀봉을 가야할까? 날도 더운데... 힘든데... 그냥 돌아갈까? 장산 정상에 가면 뭐해... 하두 봐서 지겹다... 그냥 샛길로 돌아갈까? 그래도 계획한 코스로 가는게 좋겠지?
이런 저런 생각 중 옥녀봉을 오르는 길과 돌아가는 갈림길이 나왔다.
아주 잠시 옥녀봉을 오르지 말고 돌아갈까란 생각을 했지만 마침 돌아가는 길로 등산객 한 분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옥녀봉으로 방향을 튼다.
머리 위로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조용히 산을 느껴 보라고 작은 새의 지저귐도 없네
면벽수행하던 달마대사의 고요한 마음 같이 바람조차 쉬어간다
'아 XX 힘들어.'
'아 XX 더워.'
'XX 바람 하나도 없네.'
거친 오르막과 한 조각의 바람조차 없는 찌는 날씨는 처음 등산을 시작할 당시의 힘들었던 기억을 끄집어 낸다.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양산 다방리에서 장군봉으로 오르는 동안 힘들어서 외쳤던 29의 추억...
몇 년 동안 수 천 km 산을 다녔어도 그렇게 생각나지 않았는데...
오늘은 절로~~~ 29, 36, 29, 36... 젠장
그리고 잠시 쉬었다.
내 기억으로 옥녀봉을 오르다 쉬어보는 것은 처음이다.
생각대로 오르자면 못 오를리 없건만... 살아야지...
잠시 쉬며 코스를 변경했다.
정상은 갈 필요가 없다. 오르는 길이 그늘도 없는 땡볕인데...
그나마 그늘이 있는 샛길을 통해 헬기장으로 가는 코스로 가기로 했다.
옥녀봉을 지나치며 너덜길로 가는 샛길에 들어섰다.
잠시 걷다 보니 바닥에 살짝 깔릴 정도로 얕게 물이 흐르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조금 거슬러 물길을 따라 올라갔다.
깊진 않지만 시원한 개울이 나왔다.
흙탕물이 일지 않게 손수건으로 살짝 적셔 머리와 목에 몇 차례 물을 뿌렸다.
마지막으로 얼굴도 닦고 나니 절로 기쁨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XX 여기가 천국이네'
무더위는 내 몸속의 야수를 깨웠나 보다.
본능적으로 구구단을 자주 외게 되었다.
잠시라도 시원해지니 기분이 좋다.
길도 좋다.
그럼 뛰어야지...
잠시 뛰니 덥다. 구구단을 왼다. 오늘은 본능에 충실한 날...
샛길을 지나고 너덜길을 지나고 걷고 또 걷다 보니 지루하지 말라고 새로운 친구가 왔다.
이 친구는 내 얼굴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가까이에서 뭐라고 앵앵거린다.
잘 들리진 않지만 힘내서 조심해서 다니라고 응원해 주는 것이 틀림없다.
간혹 내가 당이 떨어질까 걱정해 주는 녀석들이 있다.
행동식을 안먹긴 했지만 굳이 널 먹을 필요야 없진 않겠니... 퉤.
코 안에 살짝 들어온 녀석에겐 돌풍과 같은 콧바람을 선사한다.
열여덟까지는 헤아렸는데 더 이상은...
아마 수 십마리는 되는 듯 하다.
날파리XX들과 씨름하느라 잠시 더위도 잊었다.
고맙다 이 XX XX들아~
산길을 벗어나 임도로 나오니 그 많던 놈들이 어느샌가 사라졌다.
지들 나와바리가 아닌가보다.
언젠가부터 발소리가 이상했다.
저벅저벅인데 뭔가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이다.
젠장 발에 땀이 고여 발에 홍수가 났다.
덥다고 트레킹화를 신었는데도 폭염에는 힘들구나.
아침 뉴스에서 소나기가 온다더니 더워 죽겠는데 지금 내리지 왜 안오냐.
신발도 다 젖었는데...
장산 헬기장이 바로 앞이다.
정상을 안가고 샛길로 질러와서 이제 8km 조금 더 왔다.
산행 시작 이후로 아직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던터라 시원한 물 한잔 생각이 간절했다.
약수터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길래 또 뛰었다.
더위보다 목 마름을 해결하는 것이 더 급했다.
약수터에 도착했다.
연거푸 두 잔을 내리 마시고 머리에도 쏟아 부었다.
또 천국이로구나.
무더위에 헉헉거리고 오르막에 죽을 것 같아도 잠시 불어오는 바람에 행복하고 물 한잔에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이제 목적지인 안적사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길 따라 조금 여유있게 걸었다.
체육공원에서 등산객들 단체 사진 한 번 찍어주고 임도길을 따라 내려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안적사에 들러 약수물을 한 잔 들이키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아 좋다~
이렇게 무더울 때는 산행을 잠시 쉬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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