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등산산행기

한여름, 안개와 빗속의 야등이란?

등산바이블 2015. 7. 2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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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핏짜 김진모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산행기 하나 올립니다.


제가 올해들어 매우 자주 가는 코스가 있습니다.


집근처(부산대학병원)에서 구덕운동장 - 꽃마을 - 구덕산/시약산 왕복 약 13km 코스입니다.


올해에만 40회 정도 다닌 것 같습니다.


https://www.endomondo.com/users/413043/workouts/latest



주간에 다니면 꽃마을에서 구덕산/시약산 정상 사이의 다양한 산길을 통해 오르내릴텐데 야간에 다니다보니 임도로만 다닙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이 코스가 정상까지 임도라 길도 험하지 않고 평소에는 달빛이나 부산 시내의 불빛에 의해 적당한(?) 밝기가 유지되기에 늦은 시간이더라도 렌턴없이 다녀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보통 저녁먹고 두시간 정도 쉬었다가 8시경에 시작하여 다녀오면 10시 정도가 되니 하루를 마무리 하기에 아주 적당한 코스입니다.


물론 다녀와서 이것 저것 군것질거리는 필수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초반에는 렌턴을 가지고 다녔지만 벌써 렌턴 없이 다닌지 오래되었습니다.


딱히 불편하지도 않고 적당한 어둠은 혼자 산행하는데 더 집중하게 하고 즐겁더군요.


특히 음력 보름경 산을 오르면 그 밝은 달빛에 젖은 산속이 그렇게 황홀할 수가 없습니다.


왜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름에 구미호나 드라큐라, 늑대인간이 설치는지 한번 황홀한 빛이 쏟아지는 보름달 아래서 산속을 거닐다 보면 문득 깨닫으리라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야등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꼭 달 밝은 보름경에 산에 오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혼자면 더 좋습니다...^^)


다시 본 글로 돌아와서...


전날(7/22) 비가 잠시 그쳤길래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렌턴 없이 상기의 코스를 올라갔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날 부산 전역이 안개로 가득 찼습니다.


이 코스 역시 꽃마을을 지나니 벌써 안개로 뿌옇게 보이더군요.


평상시에는 이런저런 불빛들로 어느 정도 길을 확인할 수 있는데 안개로 가득차 있으니 발바닥 아래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컴컴하고 습도가 높아 안경에도 습기가 차고 바람은 세차게 부니 나무는 괴성을 부르짖으며 흔들리고...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오래전 잊었던 추억 속 전설의 고향 생각도 나고...뭐 그랬습니다.




 

컴컴한 바닥을 더듬더듬 올라가다 앞쪽에 좀...뭐랄까 전설의 고향 같은데 보면 드라이 아이스로 연기가 품어 나오는데 뒤에서 은은한 붉은색이나 푸른색 조명을 비추는 느낌...뭐 그렇게 좀 뿌연 빛이 보이면 겁이나는게 아니라 그걸 이정표 삼아 올라가고...


 


평소에 비해 아주 느릿느릿 올라갔습니다.

 

돌아갈까 말까를 여러번 고민하며 정상에 올랐는데도 여전히 스산한 느낌은 지울 수 없더군요.

 

시약산 정상의 기상대를 돌아 다시 내려오는데 짙은 안개속으로 사라져가는 느낌은...하하 마치 옛 고전 X파일의 한 장면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어쨌건 이제는 내리막이라 더욱 조심히 더듬더듬 거리며 내려옵니다.

 

역시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고생을 하고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오늘(7/23)은 전날의 경험을 생각하여 헤드렌턴을 끼고 산을 오릅니다.


오늘은 전날보다 안개가 더 짙습니다.


헤드렌턴을 켰더니 안개에 빛이 산란하여 눈이 부셔서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헤드렌턴만 있으면 쉽게 다녀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시작부터 난관입니다.


어쩔 수 없이 헤드렌턴을 손에 쥐고 바닥에 비추며 오르기 시작합니다.


머리에 썻을 때보다는 낫지만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잘 모르는 길이었으면 오르기를 포기하고 하산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상황이 나으니 씩씩하게 올라갑니다.


하지만


오를수록 별로 상황이 좋은 것 같지 않습니다.


안개가 너무나 짙으니 렌턴의 불빛이 기대만큼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전설의 고향의 몇몇 장면을 떠올리며 산행을 계속하였습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시약산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


안개가 얼마나 짙은지 바로 앞의 기상대 전광판을 읽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제 돌아서 내려가야 합니다.


정상에서 돌아선 뒤 보여지는 장면이 참 재미있는데 전날 글에 설명했듯이 X파일의 한 장면 같습니다.


저 안개속에 무언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순간적으로 저 속으로 들어가도 별 이상 없겠지란 생각이 들었지만 별 수 없죠.


집에 갈려면...하하


...


비에 젖어 미끄러운 바닥때문에 조금 더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 다녀왔습니다.


한여름, 안개, 비, 야등이 이런저런 생각은 많이 하게 되지만 다녀오면 많은 재미가 있습니다.


아마 오늘 저녁도 8시경 비가 오지 않는다면 어제와 마찬가지로 산을 오르고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 즐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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