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주일시 : 2013년 8월 31일(토) 10시 17분 ~ 15시 44분
2. 날씨 : 산행 전 비, 조금 흐림
3. 종주구간 : 산장식당 – 자옥산 – 도덕산 – 봉좌산 – 어래산 – 옥산서원
4. 종주거리 : 17.4 Km
5. 종주시간 : 5시간 27분
6. 참가인원 : Thanks to 깜쌍
7. GPS 로그 데이터 : 트랭글(http://goo.gl/fgORKJ), 다운로드(http://goo.gl/1gwsfE)
안녕하세요. 핏짜 김진모입니다.
한동안 산을 멀리하고 술을 가까이 하며 지내다 보니 몸무게가 3Kg는 더 불었네요. 그 만큼 배도 더 나온 듯 하고 움직임도 많이 둔해진 것 같습니다. 이러다 돼지 될 것 같습니다…ㅠㅠ
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벌써 그렇게 보이죠…^^
항상 마음은 ‘산을 가야지’라고 하는데 계속되는 술자리에 마음처럼 되지 않네요. 그러는 중 전날(30일) 깜상 형님과 연락이 되어 커피 한잔 하며 이야기 하다 경주의 유명 종주 코스 자도봉어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이야기로 몇 번 듣고 막연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은 하였지만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었는데 얼마 전 이란님이 역 자도봉어를 하면서 올려 놓은 안내 글을 보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자도봉어 종주코스는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의 산장식당 주차장을 들머리로 자옥산(570m), 도덕산(703m), 봉좌산(600m), 어래산(572m)을 돌아나와 옥산서원으로 원점회귀 하는 약 17Km로 종주코스로는 거리가 좀 짧은 듯 하지만 이 곳 경주의 유명한 종주코스입니다. 종주하는 산의 높이들이나 종주거리를 생각하면 그렇게 어렵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별 생각 없이 고~ 하기로 합니다.
찾아보니 노포동에서 경주터미널까지 50분 정도 걸리고 경주터미널 앞에서 203번 버스를 타면 옥산서원까지 1시간 정도 걸립니다. 깜상 형님과 8시 35분에 경주터미널에서 출발하는 203번 버스를 타기로 결정하고 노포동에서 6시 40분경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203번 버스 시간 및 노선(http://goo.gl/a50EtM)
이번 종주산행은 대략 17Km, 6시간 정도의 별 무리 없는 산행이라고 생각되어 간단하게 준비하기로 합니다. 행동식 3개, 물 700ml, 햄 500g, 여벌 옷, 양말, 헤드렌턴, 고어텍스 액티브쉘 자켓 등입니다. 간단히 배낭을 꾸리고 잠자리에 듭니다만 오랜만의 산행이라 그런지 많이 설레네요.
다섯 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리며 눈을 뜨는데 뭔가 기분 나쁜 소리가 납니다. 창문을 열어보니 빗줄기가 꽤 거세게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 일기예보상 비 온다고 하지 않았는데 걱정이 되어 경주 쪽 예보를 찾아보니 다행히 우리 산행전에 비가 잠시 오고 마는 것으로 되어 있길래 빠르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준비를 마무리합니다. 스틱을 안 가져갈 생각이었습니다만 혹 전날 내린 비 때문에 미끄럽지 않을까 생각하여 배낭에 갈무리하고 집을 나섭니다.
지하철을 타고 노포동으로 향하는 동안 심심하니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면서 갑니다. 갑자기 누군가가 ‘뭘보요?’라네요. 뭔가 해서 보니 동래역에서 깜상 형님이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때이른 만남에 노포동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갑니다. 이야기의 주제는 이번 자도봉어보다는 다음주의 가팔환초입니다. 아무래도 자도봉어가 거리가 짧고 산이 낮아 크게 흥미가 없었나 봅니다…^^
노포동에 도착하여 경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시외버스’ 창구로 갑니다. 노포동에는 경주로 가는 노선이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두 군데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승차장도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로 나뉘어 있으니 주의하여야 합니다. 시외버스 창구에서 경주로 가는 버스는 교통카드로 탈 수 있냐고 물어보니 현재 포항과 경주행 시외버스에 시범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표를 끊지 않고 교통카드로 탈 생각으로 승차장으로 내려가 경주행 시외버스를 찾아 타고 교통카드를 대니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버스 기사분이 교통카드 안된다고 하더군요. 잠시 어떡하나 하고 있는데 버스 회사 직원분이 현금으로 받아 주시더군요…쩝
현재 일부 버스만 교통카드가 가능하다고 하니 주의해야겠습니다.
버스를 타고 경주로 향하는 길은 그럭저럭 평온해 보였습니다. 간간히 비가 내리긴 했지만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어서 산행은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버스 탑승 후 50분이 지난 7시 50분경 경주터미널에 도착하였습니다. 우리가 목표로 했던 8시 35분 203번 버스는 무난히 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김밥을 사서 정류소로 갔습니다.
정류소에서 기사분들께 203번 버스에 대해 물어보니 뭔가 이상합니다. 8시 35분 버스는 없고 9시 15분 버스가 있다고 하네요. 몇몇 분께 여쭤봐도 다 그렇다고 합니다. 아침에 갑자기 멘붕에 빠졌습니다…ㅠㅠ
정신을 차리고 이리저리 확인을 해보니 203번 버스 시간표를 잘못 보았네요. 옥산서원 도착시간을 출발시간으로 착각해서 이런 삽질을 하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추후 더 알아보니 다른 버스를 이용하여 ‘안강터미널’로 가서 옥산서원까지는 택시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간편하더군요.
이리저리 시간이 많이 흘러 그냥 9시 15분 203번 버스를 타고 옥산서원으로 가기로 하였습니다. 진작 이럴 것 같았으면 아침에 여유 있게 출발 하였을 텐데 하는 짙은 아쉬움이…
203번 종점에서 내렸습니다만 한 정거장 앞에서 내리는 것이 좋겠더군요.
아침에 삽질 한 것 좀 적으려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부산에서 가실 분들은 참고 많이 하세요~
종점에서 내려 들머리를 찾아갑니다. 그리 멀지 않더군요. 산장식당 주차장에 들어서니 자옥산이 아닌 지옥산이라는 이정표가 우리를 반겨줍니다. 이 곳에서 개인정비를 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 전 초행길이니 작은빛님의 트랭글 트랙을 다운받아 트래킹 모드로 종주를 시작합니다.
산행 복장은 요즘 필 받은 ‘쫄쫄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펄럭이지도 않아 걸리적 거리는 것도 없고 땀의 흡수 배출도 우수하고 무엇보다 무릎 부위에 신축성을 더해주어 작은 힘으로 걸을 수 있는 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
‘지옥산’이라는 이정표를 뒤로하고 산을 오릅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숨소리도 심하게 거칠어지고 다리도 잘 안 움직이는 것 같고 든 것 없는 배낭도 무겁게 느껴지고 컨디션이 엉망입니다.
물론 경사가 좀 있는 산길입니다만 예상과 다르게 너무나 힘드네요.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오르다 보니 참 많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한동안 산을 멀리하고 술에 빠져 살았던 날들이 너무나 후회되더군요. 한 일, 이주 사이에 몸이 너무 엉망이 된 것 같아요.
더군다나 다음주에 약속된 대구의 가팔환초를 별생각 없이 갔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이제 몸 관리를 더욱 잘 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이제 술 안마시기로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많은 산우님들이 보는 곳에 글로 적는 이유는 제가 혹 술 마시려고 하면 말려주세요…^^
이렇게 엉망인 컨디션으로 시작부터 경사가 좀 있는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저 스스로가 참 작아지더군요. 시작 전 산도 별로 높지 않고 거리도 별로 되지 않는 종줏길이라 생각하고 너무 가볍게 생각하였던 것이 참 우스웠습니다. 제가 산을 타기 시작하면서 항상 산에 감사하고 겸손해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산행 중에는 술을 마시는 것은 혹시나 모를 사고를 대비해서 굉장히 자제를 하였습니다. 가급적 하산 후 조금씩 마셔야지 하는 마음으로 다녔었는데, 장거리 산행을 속보 위주로 하다 보니 어느새 우습지도 않은 자만심이 싹을 틔우고 나무로 자라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은 산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산에 오르기도 전에 몸이 술에 절여 있는 상태이니 항상 사고 앞에서 까불고 있는 꼴인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사고 없이 산을 다녔던 것을 감사히 생각하였습니다. 산 앞에 우린 항상 겸손해야 합니다. 항상 그렇게 생각했지만 제 깊은 곳에선 갖잖은 자만심이 있었나 봅니다. 같이 동행한 깜상 형님께 별 말씀은 안드렸지만 이번 산행은 제게 아주 큰 것을 준 것 같습니다.
힘들다고 안 갈 수 없는 길이니 조금씩 힘을 내어 걸어봅니다. 이윽고 첫 번째 목적지인 자옥산에 도착합니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 남기고 곧바로 도덕산으로 향합니다. 그 동안 몸이 좀 풀렸는지 처음 시작만큼은 힘들지 않습니다. 종주산행은 속도를 내기 위해 평지와 내리막길은 좀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오르막은 마음먹은 만큼 속도가 나지 않으니까요.
자옥산까지 계속된 오르막에 다시 평지 없이 내리막입니다. 별로 마음에 들진 않군요…^^ 한 참을 내려오니 이제 또 도덕산까지 오르막이 시작이네요. 정말 재미없네요…ㅠㅠ
들머리에서 자옥산까지 1.5Km, 도덕산까지 3.3Km입니다. 이렇게 짧은 거리에 두 산이 인접해 있으니 오르막 내리막이 좀 거칩니다. 도덕산에서 봉좌산까지는 약 5Km의 여유가 있어서 능선길이 있을만 하지만 여긴 그저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입니다.
일단 도덕산에 올라 인증샷을 찍고 나니 몸이 많이 풀린 듯 하여 다음 목적지인 봉좌산을 향해 출발합니다. 깜상 형님이 앞서가는데 이상하게 거리가 좁혀지지 않습니다. 좀 괜찮아 졌다고 생각하고 다니다 약간 오버페이스를 한 것 같습니다. 속도를 더 내기 위해 스틱을 펴고 힘차게 땅을 찍어 봅니다…만 팔에 그다지 힘이 안 들어가네요…쩝
어쩔 수 없이 좀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가니 깜상 형님은 쉬고 있더군요. 그러면서 대구 미녀이신 나나님, 사과나무님 두 분과 안강에서 4시경에 약속을 잡았다고 하시네요. 나나님과 사과나무님은 40명산 도전 중 오늘은 가지산에 다녀오신다네요.
쩝 난 힘 빠져 죽겠는데 목표시간까지 생겼으니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서둘러야지…ㅠㅠ
힘내서 걷기 시작합니다. 깜상 형님은 또 금방 사라졌네요. 다행히 이 종줏길은 그렇게 헤메진 않게 잘 되어 있습니다. 나는 천천히 가고 깜상 형님은 앞에서 기다리고를 반복하며 겨우 봉좌산에 도착하였습니다. 날씨는 정말 좋더군요. 여름 햇살과 또 틀린 의미의 따가운 가을 햇살은 지난 여름과 비교되어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봉좌산을 벗어나 마지막 목적지인 어래산으로 향합니다. 약속시간은 다가오니 마음은 급해지고 몸은 힘들고…쩝
무덤을 지나고 헬기장에 도착했습니다. 길이 어디에 있나 보고 있는데 트랭글에서 직진이라고 외칩니다. 무작정 앞으로 가보니 내 가슴까지 자란 잡풀 사이로 길이 있네요. 덕분에 헤메임 없이 전진 할 수 있었습니다.
엉망인 컨디션과 중간 오버페이스로 지친 몸을 이끌고 하는 산행은 너무 괴롭네요. 그래도 꾸역꾸역 마지막 어래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되니 조금은 안도감이 듭니다.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오며 나나님, 사과나무님과 다시 약속장소를 정하고 저녁 메뉴는 안강의 명물 고디탕으로 정했습니다. 지금껏 힘든 것은 어찌되었건 이제 다 끝났습니다…^^
옥산서원 앞 계곡에서 사람을 피해 알탕을 하니 아무 생각도 없습니다. 그저 좋구나~ 네요.
평소에는 산행을 좀 빠르게 하더라도 여유가 있었는데 이번 산행은 속도도 나지 않으면서 너무 힘들게 다녔습니다. 이 모든 것의 가장 큰 이유가 어느 순간 싹튼 자만심인 것 같습니다. 그 자만심이 순식간에 자라서 산을 우습게 보게 만들고 건강을 헤치고 있었네요.
그래도 이번에 이렇게 깨닫게 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감사히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좀더 겸손하게 지낼 수 있는 바탕이 될 것 입니다.
알탕 후 나나님과 사과나무님을 만나 맛있는 고디탕을 먹으며 산행에 대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보냈습니다.
헉~ 나나님~~~ 너무너무 잘 먹었어요~~~
안강터미널에서 다음주 대구 가팔환초 때 보기로 하고 아쉽게 헤어졌습니다.
안강터미널에서 20분 마다 경주터미널행 버스가 오는데 편의점 앞에서 타면되고 내릴때는 경주 고속버스터미널 다음이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이니 참고하세요.
혹, 저 술자리에서 보시면 술 마시지 말라고 말려주세요~~~
…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오늘 금주 3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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